3차 ‘희망의 버스’ 릴레이 기고 ③ 박수정 르포작가
지난 7월10일, 부산 영도 봉래삼거리에서 배 한 척, 선물받았습니다. “평생, 성인이 된 이후부터 쇳조각을 용접하면서 배를 만들”던 이들이 만든 하늘빛 종이배입니다. 배낭과 기저귀 가방 가득 종이배를 담아 경찰 차벽을 건너온 한진중공업 해고자 아내가 말합니다.
“그 무딘 손을 가지고 땡볕에 노숙을 하면서 종이배를 접었습니다. 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아 종이배를 일주일 동안 만 장을 접었습니다. … 초등학생 자녀에게 배 접는 것을 배워가며 소주 한 잔 하며 밤새 접었습니다.”
종이 한 장이 배가 되는 사이, 종이를 접는 손길이 열한번 왔다 갔다 하는 사이, 그들이 손끝에 실어 보낸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소주로 잠재워야 했던, 마음속에서 일렁이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살면서, 사랑하는 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갗을 만진 시간보다 쇳조각을 어루만진 시간이 더 많았을 사람들.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느라 정작 아이와 함께 종이배를 접으며 놀 시간을 미뤄둬야 했을 사람들. 그들이 정리해고되었습니다. 김진숙씨가 살인 같은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며 타워크레인에 오른 지 200일이 넘었습니다.
정리해고가 살인이라는 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이 말해줍니다. 왜 ‘열심히 일한 당신’들이 일터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열심히 일한 당신들을 보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기업이라면, 남은 당신들도 언젠가는 쫓아낼 게 분명합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다 해도 ‘정리해고’가 아니라 어떻게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게 도리일 텐데, 정리해고 다음날, 주주들이 174억원이라는 이익배당금을 나누었다니 이 정리해고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요.
기업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윤을 얻는 행위를 기업의 목적이 그러하니까, 자본은 원래 그러니까 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에 조선소를 두어 2만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한다고 합니다. 필리핀 노동자들은 한국인 관리자들한테 늘 욕을 들으며 일하고, 점심 도시락에 구더기가 들어있더랍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군대 피티 체조를 시키고, 군가인 ‘진짜 사나이’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저임금에 산재사망사고도 많고, 부당한 일에 항의하면 바로 해고. 한국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는 이유가 바로 저기에 있을까요? 저렇게 해서 이윤을 얻는 한진중공업 자본을 인정해야 하나요?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의 오늘은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민주노동조합이 들어서기 전의 한국 노동 현장의 모습과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정리해고로 쫓겨난 노동자들이 내일 비정규직으로 떠돌 노동현장의 모습입니다. 1970~80년대 당신들이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살아야 하기에 참아냈던 고통들이 30~40년을 지난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여기서, 저 멀리서 되풀이됩니다. 눈부신 과학과 기술, 사회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자에게만 가혹한 현실은 여전한가요?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쫓아내면 쫓아내는 대로 따라야 하는, 노예이기를 강요하는 현실은 왜 변하지 않는 걸까요? 아이들이 어른이 될 미래에는 그러지 않으리라 꿈꿀 수 있을까요?
1960년대 미국에서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해 버스를 탄 사람들이 있습니다. 버스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쪽을 향해 달렸습니다. 흑인은 버스 앞자리에 앉을 수 없었던 당시, 그 버스에는 앞자리에 흑인들이, 뒷자리에 백인들이 앉았습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테러를 당했습니다. 그래도 그 버스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프리덤 라이더스’ 입니다.
2011년 한국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버스를 탄 사람들이 있습니다. 버스는 한국사회가 위험한 곳에 올려놓은 김진숙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있는 남쪽을 향해 달렸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탔습니다. 어두운 밤, 부산에서 자본의 사병으로 변한 공권력은 위험한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고, 바로 눈에 대고 최루가스 스프레이를 뿌리고, 곤봉으로 사람을 쳤습니다. 그래도 버스는 멈추지 않습니다. 7월30일 세번째 버스가 출발합니다. ‘희망의 버스’입니다. 희망의 버스에 탄 사람들, 그리고 마음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길을 나섭니다. 나, 내 가족, 내 것에만 집착하라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이웃이 겪는 고통에 마음 불편해하고, 누군가 간절하게 외치는 말에 귀 기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회를 넘습니다. 각자 삶의 자리, 견주기 어려운 힘든 일이 있을 겁니다. 그것마저 붙안고 희망을, 사랑을, 연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걸음을 내딛는 일에 이제 당신이 함께해 주십시오. 저 너머를 꿈꾸며.
2011년 한국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버스를 탄 사람들이 있습니다. 버스는 한국사회가 위험한 곳에 올려놓은 김진숙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있는 남쪽을 향해 달렸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탔습니다. 어두운 밤, 부산에서 자본의 사병으로 변한 공권력은 위험한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고, 바로 눈에 대고 최루가스 스프레이를 뿌리고, 곤봉으로 사람을 쳤습니다. 그래도 버스는 멈추지 않습니다. 7월30일 세번째 버스가 출발합니다. ‘희망의 버스’입니다. 희망의 버스에 탄 사람들, 그리고 마음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길을 나섭니다. 나, 내 가족, 내 것에만 집착하라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이웃이 겪는 고통에 마음 불편해하고, 누군가 간절하게 외치는 말에 귀 기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회를 넘습니다. 각자 삶의 자리, 견주기 어려운 힘든 일이 있을 겁니다. 그것마저 붙안고 희망을, 사랑을, 연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걸음을 내딛는 일에 이제 당신이 함께해 주십시오. 저 너머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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