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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IMF가 영구 설치 권고한 ‘횡재세’ 우리도 적극 도입해야

등록 2023-11-20 18:39수정 2023-11-21 02:40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 주최로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 주최로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왜냐면] 김현동 | 배재대 교수(조세법)

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됐던 횡재세를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은행권의 고금리에 따른 과도한 이익을 강하게 비난한 이후 여당과 금융당국에서 횡재세 도입 논의 자체는 한 번 해볼 수 있다는 식의 미묘한 분위기 변화도 느껴진다.

아직 법상 일의적으로 명확히 정의한 바는 없지만 통상 횡재세(windfall tax)는 기업 스스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서가 아닌, 우연히 얻은 이익(초과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의 뜻으로 새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는 원래 세금이 부과되나, 초과이익에 대해서 더 무겁게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횡재세를 비판하는 쪽은 돈 많이 버는 것을 시기하는 ‘증오와 질투의 세금’쯤으로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이는 세금을 잘 모르는 단견이다.

횡재세를 두었거나 현재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국가들로 그 수는 적지 않다. 이 나라들의 입법례를 보면 일차적으로 횡재세를 ‘이념 문제’가 아닌 재정수입 확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돈 문제’로 접근한다. 다시 말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한 증세 수단으로 삼는다. 과거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1·2차 세계대전의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횡재세를 운영했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만 22개국이 횡재세를 설치했다는 연구도 있다.

세계대전 이후에는 주로 경제환경 급변이나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조달 수단으로 활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물가·고에너지 가격 상황이 지속하자, 유럽연합 국가들이 주로 화석연료 관련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물리고 있다. 현재 에너지 부문에 횡재세를 둔 나라는 최소 32개국으로 집계된다.

횡재세를 비판하는 쪽이 흔히 내세우는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형평성 시비를 피할 정공법은 모든 기업을 상대로 세금을 똑같이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횡재세의 기본 논리는 다 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보다 비정상적으로 이익을 많이 얻은 쪽이 더 부담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형평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나라는 횡재세를 에너지 기업에 부과하고 있고, 일부는 은행권도 포함한다. 부과 범위를 특정 업종에 국한하는 까닭은 우선 추가적인 재원 수요를 낳은 원인과 연계시키기 위함이다.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고충을 겪는 계층 지원에 필요한 돈이니 에너지 기업이 대라는 논리다.

한결 더 큰 이유는 ‘경제적 지대’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부문에 대한 ‘표적 과세’다. 경제적 지대란 이전수입(기회비용)을 초과해 얻는 추가소득을 뜻한다. 개념적으로 초과이익과 같다. 경제적 지대는 독점이나 법·제도적 규제, 시장 지배력, 희소성 등으로 만들어진 진입장벽으로 생겨난다. 경제적 지대가 문제인 까닭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지대 추구과정에서 사회적 손실을 낳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문에서 이런 경제적 지대가 특히 많이 발생한다. 경제적 지대에 대한 과세는 조세 왜곡을 낳지 않고 공평의 이념에도 부합한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구(IMF)는 화석연료 관련 에너지 기업에 부과하는 횡재세를 영구적으로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경제적 지대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금융 부문에서도 과거 영국, 프랑스가 은행에 횡재세를 물린 적이 있고, 지금은 스페인과 체코가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은 대체로 횡재세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꼴이나 꼭 그래야만 하는 법은 없다.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를 부채 편향과 투자 결정을 왜곡하는 현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유효한 수단으로까지 보기도 한다. 이론적 근거와 필요성,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횡재세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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