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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KBS 수신료 논란, 공동체 위한 공공성 논의로 확대하자

등록 2023-07-03 18:38수정 2023-07-04 02:37

한국방송(KBS) 사옥. 한국방송 제공
한국방송(KBS) 사옥. 한국방송 제공

[왜냐면] 윤장렬 |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언론학 박사

요즘 공영방송의 수신료가 논란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주장하는 이들은 “공영방송의 편파 보도”, “방만한 경영”, “공영방송 개혁의 시대적 필요성” 등을 강조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방송>(KBS) 직원 절반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 방만한 경영과 편파 보도를 일삼기 때문에 더는 묻지마 수신료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납부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미 영국 <비비시>(BBC)와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도 수신료를 단독 징수한다”고 했다.

이러한 명분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반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이나 공공기관장이 1억원 넘게 연봉을 받는데 방만하게 공무를 수행한다면 국민은 납부 선택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독일 정치인들은 우리와 달리 공사 구분이 분명한 편이어서 사적용무에는 공무차량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공사 구분 없는 이들 때문에 ‘묻지마 세금’을 내지 말자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번 수신료 논란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으로 대표되는 공영방송의 역할은 주로 법으로 규정된다. 공영방송은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하는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은 지극히 자의적으로 해석되며, 그 잣대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한국방송>의 편파 보도나 방만한 경영이 무엇을 기준으로 제기되고, 이를 개선해야 할 때, 어떠한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의 공정과 공익은 법률보다 이해 관계자 개인의 윤리의식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점에서 공영방송의 공정과 공익은 법률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를테면, 상업방송은 공공재화를 상품으로 생산·판매하지만, 공영방송은 상품이 아닌 공공재화를 생산·분배하는 방송이다. 그래서 경제적 이윤보다 공공의 소통을 매개하는 역할이 강조된다. 공공이란 공동체 구성원 전체이며, 공공재화의 생산은 공동체가 그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생산·분배되는 공공재화는 상품이 아니며, 개인이 소유하지 않는 생산물이다.

이러한 개념을 공공기관 일반에 적용하고, 공공기관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 문제로 살펴보자. 국가는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그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국가에 내는 세금은 국민의 의무이고,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하는지는 구성원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때 논쟁의 소지가 되는 것은 납세의무나 금액의 크기보다, 그 기관이 공동체를 위해 복무하는가이다. 물론 법치국가에서는 규칙을 만들어 구성원 간의 관계나 그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사적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수신료 논란에서 비판의 중심은 공적인 것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정치 권력자들은 공동체가 만들어 놓은 공동의 규칙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공영방송은 공공의 소통을 매개하기보다, 독점적 영향력으로 방송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좇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수신료 논란 또한 이해 관계자들의 사적 이익에 매몰되고 있다. 그래서 사적 논란은 공동체에게 소란스럽기만 하다.

지금의 수신료 논란은 절차의 공정성을 넘어 ‘공영’방송의 ‘공공성’ 논의로 확대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한 공공재화를 어떻게 생산·운영할지 모색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공영방송의 운영과 방송 수신료를 논의해야 한다. 디지털은 공공재화를 더 쉽고, 간단히 생산·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계·반복적으로 논의했던 공영방송의 운영 방식은 공공성에 대한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공적 논의를 공교육과 공공의료 등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자. 우리는 지금 지나치게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동시에 공공성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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