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 직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9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19대 총선이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의석이라는 결과를 낳고 끝났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 지도부 책임론이 나오고 있고, 반대로 ‘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의 경쟁 구도는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쟁을 떠나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인 국회의 본래 역할을 되짚어봐야 한다. 정치·행정학을 전공한 두 학자에게 19대 국회의 선결 과제가 무엇인지 들어본다.
불신과 양극화에서 벗어나야
‘다수 횡포’와 ‘소수 발목잡기’
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유독 심한 국민의 국회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얻어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합해서 140석의 의석을 얻었다. 여기서 주목할 의석 현황은 3인의 무소속 당선자이다. 4년 전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무소속 당선자 26명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수치이다. 이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가 자신이 혐오하는 정파에 반대하기 위해 덜 미운 정파에 투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유권자가 정파간 힘겨루기에 합류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약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았다. 의석비 50%의 제1당과 의석비 40%의 제2당 사이에 공약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달 반 후 출범할 19대 국회가 협의와 타협으로 순탄하게 진행될까? 19대 국회의 보혁 의석비 157 대 140은 오히려 국회가 정파 대립으로 파행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천 과정이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미 각 정당은 정책 중심의 경쟁보다는 집단 패거리적인 행태를 보였다. 파렴치한 범죄나 비윤리적인 표절의 의혹이 있는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지 않았고, 또 과거 막말이 심했던 후보의 공천도 취소하지 않았다. 공천 취소를 하지 않은 이유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대신에 과거 상대 진영에 가담했던 경력이 있어 패거리적 정체성이 의심되면 가차없이 후보 추천을 철회했다. 나쁜 말과 나쁜 행동은 용서할 수 있어도 집단적 배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언론매체 기고나 출연에서도 말·글·행동 등의 내용보다 어떤 매체를 이용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조·중·동의 보수적 매체냐 아니면 진보적 매체냐는 것이 글·말·행동의 실제 내용보다 더 중요한 세상이다. 승자독식(the-winner-takes-all)의 다수제 의회제도에선 51%가 100%의 권력을 가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전제한다. 반면에 합의제 민주주의에서는 51%의 의석은 51%의 의회권력을 갖는 것이 더 민주적이라고 본다. 51%가 100% 의회권력을 갖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지만, 아울러 10~20%의 의석이 50% 이상의 의회권력을 가지려 하는 것도 반민주적이다. 이것이 의회 내 무법과 폭력의 배경이다. 몇 년 전 한 외국 잡지는 세계에서 가장 무법적인 5개 의회로 대한민국 국회를 소개한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회 운영 규칙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발목잡기를 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합리적인 유권자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국회 양극화와 더불어 우려되는 현상은 국회 불신이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나 그렇지 못한 정당이나 대다수 유권자들로부터 불신받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 다른 직업군보다 못하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정치인이나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불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불신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그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다는 데 있다. 이번 선거에 불참한 유권자뿐 아니라 투표한 유권자 가운데 대다수는 대한민국 국회를 불신한다. 19대 국회가 불신과 양극화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 정치학
99%를 위한 담론의 장을 복원해야
한국식 자본주의를 설계하는
중심에 의회가 있어야 하며
의원들은 시대정신 성찰하고
청렴의무 잘 이행해야 한다 이제 총선은 끝났다. 총선의 의미를 복기하면서 미래를 생각할 때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의 새누리당 승리, 민주통합당의 패배, 진보 정당의 선전, 자유선진당의 몰락 등으로 요약된다. ‘정권심판론’ 선거프레임으로 반사적 효과를 기대했던 야당은 총선 패착이 무엇인지 겸허히 성찰해야 할 것이다. 야당이 정권심판론에 안주하는 사이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대중성이 전국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수도권 패배로 확장성에 한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과 대세론은 더욱 공고해졌다. 여야 여성 대표의 리더십 경쟁에서 여당이 완승한 셈이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선진당,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율과 당선 의석을 합해 보면 엇비슷하다. 무소속 후보의 고전과 군소정당의 퇴조로 양당제 구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제 구도는 정책이슈의 대립 구도를 간명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완충지대의 부재로 정쟁이나 갈등을 양산하기도 한다. 새로 출범할 19대 국회에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경제가 세계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현대사회에서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 못지않게 정책이나 전략의 품질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큰 정책 분야에서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 치열한 담론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다수 의석에 의존해 소통을 외면한다면 담론 및 비판을 통해 정책 오류를 사전에 시정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지난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는 국제금융의 투기적 성격 등 당시의 국제경제 환경이나 국제금융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에 상당한 귀책사유가 있다. 최근 자본주의에 큰 틀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담론을 상기하면 19대 국회에서는 담론의 장으로서 의회정치의 복원이 더욱 절실하다. 1%가 아닌 99%를 위한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새 국회에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자본주의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자본주의 모델은 스스로 창출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의회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모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중소기업 보호, 복지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리 현실에 맞는 경제·복지 모델을 창출하는 과정은 양극단의 논리를 모두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안을 도출하는(執其兩端 用其中於民·집기양단 용기중어민) 중용의 정치, 상생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둘째, 의원들은 시대정신에 투철해야 하며, 청렴의무를 잘 지켜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최근의 정치환경을 고려하면, 무엇이 시대정신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의원상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에 비추어 ‘역주행’하는 정책은 비판과 평가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이념의 양극화가 심화된 한국 정치 현실에서 진영 논리에 매몰돼 역사의식·시대정신에 투철하지 못하다면 한국 정치는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아울러 의원들은 헌법에 명시된 청렴의무를 잘 준수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야 하며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익과 공익이 충돌할 때, 정파적 이해와 공익이 충돌할 때 청렴의무를 잘 이행하면 정치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 새 국회에서는 최근 논의중인 ‘김영란법’(가칭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 행정학 <한겨레 인기기사>
■ 김용민 “조중동·교회와 잡놈처럼 싸우겠다”
■ “정권심판은커녕 야권이 심판당했다”
■ 땀에 젖은 표·표·표…통합진보 심상정 170표차 ‘신승’
■ 제수씨 성폭행 의혹 후보 당선 예측에 “그동네…”
■ 새누리당의 승리아닌, 민주당의 자멸
김재한 한림대 교수 정치학
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유독 심한 국민의 국회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얻어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합해서 140석의 의석을 얻었다. 여기서 주목할 의석 현황은 3인의 무소속 당선자이다. 4년 전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무소속 당선자 26명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수치이다. 이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가 자신이 혐오하는 정파에 반대하기 위해 덜 미운 정파에 투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유권자가 정파간 힘겨루기에 합류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약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았다. 의석비 50%의 제1당과 의석비 40%의 제2당 사이에 공약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달 반 후 출범할 19대 국회가 협의와 타협으로 순탄하게 진행될까? 19대 국회의 보혁 의석비 157 대 140은 오히려 국회가 정파 대립으로 파행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천 과정이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미 각 정당은 정책 중심의 경쟁보다는 집단 패거리적인 행태를 보였다. 파렴치한 범죄나 비윤리적인 표절의 의혹이 있는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지 않았고, 또 과거 막말이 심했던 후보의 공천도 취소하지 않았다. 공천 취소를 하지 않은 이유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대신에 과거 상대 진영에 가담했던 경력이 있어 패거리적 정체성이 의심되면 가차없이 후보 추천을 철회했다. 나쁜 말과 나쁜 행동은 용서할 수 있어도 집단적 배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언론매체 기고나 출연에서도 말·글·행동 등의 내용보다 어떤 매체를 이용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조·중·동의 보수적 매체냐 아니면 진보적 매체냐는 것이 글·말·행동의 실제 내용보다 더 중요한 세상이다. 승자독식(the-winner-takes-all)의 다수제 의회제도에선 51%가 100%의 권력을 가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전제한다. 반면에 합의제 민주주의에서는 51%의 의석은 51%의 의회권력을 갖는 것이 더 민주적이라고 본다. 51%가 100% 의회권력을 갖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지만, 아울러 10~20%의 의석이 50% 이상의 의회권력을 가지려 하는 것도 반민주적이다. 이것이 의회 내 무법과 폭력의 배경이다. 몇 년 전 한 외국 잡지는 세계에서 가장 무법적인 5개 의회로 대한민국 국회를 소개한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회 운영 규칙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발목잡기를 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합리적인 유권자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국회 양극화와 더불어 우려되는 현상은 국회 불신이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나 그렇지 못한 정당이나 대다수 유권자들로부터 불신받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 다른 직업군보다 못하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정치인이나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불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불신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그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다는 데 있다. 이번 선거에 불참한 유권자뿐 아니라 투표한 유권자 가운데 대다수는 대한민국 국회를 불신한다. 19대 국회가 불신과 양극화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 정치학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 행정학
중심에 의회가 있어야 하며
의원들은 시대정신 성찰하고
청렴의무 잘 이행해야 한다 이제 총선은 끝났다. 총선의 의미를 복기하면서 미래를 생각할 때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의 새누리당 승리, 민주통합당의 패배, 진보 정당의 선전, 자유선진당의 몰락 등으로 요약된다. ‘정권심판론’ 선거프레임으로 반사적 효과를 기대했던 야당은 총선 패착이 무엇인지 겸허히 성찰해야 할 것이다. 야당이 정권심판론에 안주하는 사이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대중성이 전국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수도권 패배로 확장성에 한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과 대세론은 더욱 공고해졌다. 여야 여성 대표의 리더십 경쟁에서 여당이 완승한 셈이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선진당,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율과 당선 의석을 합해 보면 엇비슷하다. 무소속 후보의 고전과 군소정당의 퇴조로 양당제 구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제 구도는 정책이슈의 대립 구도를 간명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완충지대의 부재로 정쟁이나 갈등을 양산하기도 한다. 새로 출범할 19대 국회에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경제가 세계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현대사회에서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 못지않게 정책이나 전략의 품질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확실성이 큰 정책 분야에서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 치열한 담론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다수 의석에 의존해 소통을 외면한다면 담론 및 비판을 통해 정책 오류를 사전에 시정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지난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는 국제금융의 투기적 성격 등 당시의 국제경제 환경이나 국제금융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에 상당한 귀책사유가 있다. 최근 자본주의에 큰 틀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담론을 상기하면 19대 국회에서는 담론의 장으로서 의회정치의 복원이 더욱 절실하다. 1%가 아닌 99%를 위한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새 국회에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자본주의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자본주의 모델은 스스로 창출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의회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모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중소기업 보호, 복지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리 현실에 맞는 경제·복지 모델을 창출하는 과정은 양극단의 논리를 모두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안을 도출하는(執其兩端 用其中於民·집기양단 용기중어민) 중용의 정치, 상생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둘째, 의원들은 시대정신에 투철해야 하며, 청렴의무를 잘 지켜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최근의 정치환경을 고려하면, 무엇이 시대정신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의원상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에 비추어 ‘역주행’하는 정책은 비판과 평가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이념의 양극화가 심화된 한국 정치 현실에서 진영 논리에 매몰돼 역사의식·시대정신에 투철하지 못하다면 한국 정치는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아울러 의원들은 헌법에 명시된 청렴의무를 잘 준수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야 하며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익과 공익이 충돌할 때, 정파적 이해와 공익이 충돌할 때 청렴의무를 잘 이행하면 정치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 새 국회에서는 최근 논의중인 ‘김영란법’(가칭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 행정학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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