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절차가 ‘위안부’ 피해자 등 역사 문제에 있어 일본이 반대하면 등재 자체가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제도가 바뀌기 전인 지난 2016년 신청한 만큼, 유네스코가 어떻게 처리할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는 15일(현지시각) 제211차 집행이사회를 열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 회원국의 이의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한 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당사국간 대화를 계속하는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승인했다. 대화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사무총장이 3∼6개월 안에 중재자를 임명하고, 사무국은 논의 진행 상황을 집행이사회에 격년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당사국 사이에 합의가 안 되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없게 됐다”며 “일본 정부가 제도 개혁을 호소한 것“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이전에는 등재 신청서가 접수되면 유네스코 사무국이 완결성을 검토하고 등재소위원회‧국제자문위원회 심사를 거쳐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였다. 이번에 등재 최종결정권도 사무총장에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로 변경됐으며 그동안 개인, 비정부기구(NGO) 등 특별한 제한이 없던 신청 주체도 국가로 일원화됐다.
이번 등재 절차 개편이 일본의 압박으로 시작된 데다, 식민지 역사 등 이해관계가 얽힌 기록물의 경우 가해국이 반대하면 등재가 어려워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중국이 신청한 일본군 난징대학살 문서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뒤 2016년 한국‧중국 등 8개국 14개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등재 신청을 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심사 과정에 관련국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분담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당시 미국이 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 문제를 들어 분담금을 내지 않아, 일본이 최대 분담국이었다. 지난해 기준 일본은 11.1%로 중국(1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앞으로 쟁점은 유네스코가 지난 2016년 5월 신청한 ‘위안부’ 기록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는 지점이다. ‘위안부’ 기록물은 일본의 방해로 2017년 10월부터 등재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요미우리신문>은 “위안부 관련 자료는 새로운 규정에 대상이 되지 않아 향후 유네스코가 방침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유네스코의 방침을 놓고 한국‧중국 등 피해 국가와 일본 사이에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위안부 안건도 새 제도를 바탕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새 규정이 일본의 문제 제기로 만들어진 만큼, 유네스코가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큰 상태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위안부 관련 자료도 새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강하다”며 “(위안부 기록물) 등재는 사실상 절망적”이라고 보도했다.
세계기록유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서 등의 보존이나 활용을 위해 유네스코가 1992년 시작한 사업으로 현재 약 430건이 등록돼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