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19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19일 취임 뒤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27일 발표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이하 12·28 티에프)의 보고서 진행 상황에 대해 일본 쪽에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 간 입장 차이는 팽팽하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도쿄 나가타초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한 뒤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 보고서에 대해서는 오전에 고노 다로 외상과 회담 때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고노 외상을 통해 아베 총리가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강 장관과 아베 총리의 면담과 관련해 낸 자료에는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 보고서에 대한 양쪽의 언급은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낸 자료에는 “아베 총리가 12.28 합의의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다시 설명했다”고 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강 장관이 “위안부 검토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 논의에 대해서 설명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가고 싶다고 언급했다”고도 밝혔다.
강 장관은 아베 총리와의 면담을 시작하면서 “올해 양국 관계가 어려운 가운데서 출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총리와의 소통 그리고 잦은 만남으로 긍정적인 방향이 설정됐다.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한-일 간의 긴밀한 협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다. 여러 과제는 있지만 이런 과제들을 잘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면담 뒤 강 장관은 아베 총리에게 ‘평창올림픽에 아베 총리가 참석하기를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구체적 일정에 대해선 아직 얘기가 안 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국내 일정이 있지만, 평창올림픽이 성공될 수 있도록 일본 측도 최대한 합의를 하겠다는 답은 줬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강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회담했다. 고노 외상은 “강 장관에게 2015년 일-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실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재작년 일-한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 불가역적이라고 양국 정부가 확인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한국 쪽에 끈질기게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는 강 장관이 고노 장관과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 관련 동향을 간략히 설명하고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와 관련해 일본의 조속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5년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면서, 하시마(군함도)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서도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설명 장소를 하시마에서 1200㎞ 떨어진 도쿄에 설치한다는 계획서를 유네스코에 냈다. 외교부는 강 장관이 고노 외상에게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등 사안들은 그 사안대로 다루어 나가면서 양국이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과거사 문제와 한-일 관계를 별도로 접근하는 ‘투트랙’ 접근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김지은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