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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현장에서] 독도 소녀상 건립, 어떻게 봐야할까?

등록 2017-01-18 16:53수정 2017-01-18 17:00

18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에서 부산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소녀상 지킴이 발대식을 한 뒤 영사관 측에 나팔을 들고 ‘소녀상에 손대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8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에서 부산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소녀상 지킴이 발대식을 한 뒤 영사관 측에 나팔을 들고 ‘소녀상에 손대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독도에 대해 무언가 언급할 때 늘 찾아 읽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4월 발표한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 담화문’이다. 담화문이 강조하는 것은 독도는 “단순히 조그만 섬에 대한 영유권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 확립을 상징하는 문제”라는 ‘준엄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며, 독도에 평화비(소녀상)를 세우겠다는 모금에 나선 것을 무작정 비판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건 전시하 여성에 대한 씻을 수 없는 ‘국가 범죄’인 위안부 문제와 한-일간 ‘영토 문제’인 독도 문제를 뒤섞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곤란한 문제들에 대해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형태로 올바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건 국제사회의 공통된 상식이다. 1996년 유엔(UN) 쿠마라스와미 보고서가 “위안부는 국제인권기구 기준으로 볼 때 분명한 성노예”였으며,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후 수많은 유엔 인권위원회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같은 권고를 내놓았다. 그런데 ‘인권 문제’인 위안부 문제에 ‘영토 문제’를 섞어 버리면 국제사회가 위안부 문제에 효율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워지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일본내 미약한 시민사회의 활동에도 제약을 끼칠 수 있다.

‘독도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뒤 결과적으로 일본 내 독도 문제는 더 악화됐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은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카드를 들고 나온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일본 정부가 한국의 독도 실효 지배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2014년 초등학교, 2015년 중학교, 2016년 고등학교 역사·지리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구절을 집어 넣었다. 2012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이 “한국에게도 무시 당한다”는 일본 우익들의 정서를 자극했고, 그 힘이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를 다시 한번 총리로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은 할머니들이 1300번 가까이 수요집회를 연 ‘역사적’ 공간이다. 이 소녀상이 말하는 것은 ‘평화’다. 독도의 소녀상은 같은 의미로 일본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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