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등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이번주 중엔 부산 ‘평화비’(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일시 귀국’ 시켰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등을 귀임시킬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14일 정부·여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나가미네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가 이번주 귀임시키는 쪽으로 “방침이 정해졌다. 최종적인 판단은 현재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순방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귀국한 뒤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초 일본 정부는 나가미네 일본 대사의 일본 귀국을 ‘소환’이 아닌 ‘일시귀국’이라 불러 한국의 대사 부재 사태가 그리 장기화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나가미네 대사 등을 ‘일시 귀국’시킨 이유에 대해 ”우리 공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새로 만들어진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항의 의사를 보이는 것과 함께 직접 대사와 총영사와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 상의를 하기 위해”라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일단 나가미네 대사의 ’일시 귀국’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조기 귀임’으로 기운 일본 정부·여당 내의 분위기를 보여주듯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도 13일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사무차관을 불러 “빨리 (나기미네 대사 등을) 귀임시켜 한국과 교섭을 시키는 쪽이 좋다”는 인식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부산 소녀상을 둘러싼 한국 내 정세를 주시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은 14일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날 국회 답변에서 “국제 사회에선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 하지 않는 게 일반적 입장이다. 부산 소녀상 문제는 관련 당사자들과 함께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한국 정부가 소녀상 문제에 대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한-일 갈등을 장기화시키고 싶지 않다는 일본 사회 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보도 자세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은 윤 장관의 국회 답변에 대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쪽 주장에 이해를 나타낸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고향방문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충주체육관에서 열린 충주시민환영대회에서 시민들의 환호에 태극기를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충주/연합뉴스
그러나 향후 한국 정세의 변화 전망에는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장 큰 이유는 반기뮨 전 유엔(UN) 사무총장이다. <산케이신문>은 반 사무총장이 일본이 12·28 합의 이후 한국에 출연한 10억엔을 “돌려줘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을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며 “무난한 발언으로 알려진 반씨지만, 귀국하자마자 (합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외교 관계를 중시하는 반씨마저 여론에 알랑거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보수의 지지를 받은 반 전 총장마저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 한국의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합의 지지파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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