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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 총리, 일단 할머니들을 만나야”

등록 2016-07-28 15:01수정 2016-07-28 21:30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고언
“2차대전 승전국이었던 미-러 정상도 일본인 피해자들 만나”
“일본 우익 뭐라해도 이것이 진정 일본의 명예를 지키는 일”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피폭자들과 대면할 때 아베 신조 총리는 바로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아베 총리는 왜 (오바마 대통령처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28 합의에 대해 한-일 시민사회 내부엔 적지 않은 견해차가 존재한다. 이 합의는 ‘백지철회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위안부 운동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운동권 내부에서도 ‘합의의 정신을 살려 보완해 가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전후보상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다나카 히로시(79)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27일 <한겨레>와 만나 “아베 총리가 나눔의집 등을 방문해 할머니들과 직접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카 교수가 내놓은 선례는 3가지다. 1992년 미국 정부가 2차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수용했던 사건에 대한 미국 사회의 대응이었다.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당시 102살이던 일본계 미국인 할아버지와 직접 만나 사죄 편지와 함께 2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또 미하일 고르바초프 초대 러시아 대통령도 1991년 4월 방일에 앞서 하바로브스크에 있는 일본인 시베리아 억류자들의 묘지를 참배하고, 일본에선 피해자 단체와 만났다. 다나카 명예교수는 “미국과 러시아는 2차 대전의 전승국이었지만 전쟁 중에 벌어진 부정의를 시정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만나기는커녕 자신의 입으로 사죄의 말을 언급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나카 명예교수가 평소 지론을 다시 확인하게 된 계기는 지난 5월27일 이뤄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었다. 미국 국내에선 ’원폭 투하가 정당했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피폭지를 방문하는 용기를 냈다. 물론 히로시마 연설에서 일본이 기대했던 ‘사죄’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원폭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나카 명예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와서 쓰보이 스나오 등 피폭자 2명과 만나 악수를 하고 등을 쓰다듬었다. 사죄의 말이 없이도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진다. 일본 우익들이 뭐라 하든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문제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로 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말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최고 지도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진정 일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며 “일본 야당과 언론들이 총리에게 왜 이를 요구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을 맺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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