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일 정치가들 말 삼갈 것
교과서에 적절히 다룰 것” 등 지적
일 즉각 반발 “받아들일 수 없어”
교과서에 적절히 다룰 것” 등 지적
일 즉각 반발 “받아들일 수 없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7일(현지시각) 내놓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최종 견해’는 일본의 법적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아베 신조 정부의 방침이 국제 사회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로 해석된다. 문서엔 또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12·28 합의에 대한 비판 내용도 담겨 있다. 이번 합의를 박근혜 정부의 주요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 정부도 난처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를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이스마트 자한 위원은 “우리의 최종 견해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정부간 12·28 합의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합의가 신속히 실행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일본의 “지도자나 당국자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가볍게 보는 발언을 해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심적 고통을 주고 있다”며 “위안부 이슈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는 접근은 피해자 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충분히 취하지 않은 것”이라는 내용의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의 이같은 입장은 위안부 문제가 12·28 합의로 해결됐다는 한·일 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나,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지난달 16일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의 발언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정부를 향해 △일본의 정치가들이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삼갈 것 △합의 내용을 실행에 옮길 땐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한층 더 고려할 것 △보상·배상·공식사죄·명예회복을 위한 조처를 포함한 충분하고 유효한 구제책을 실시할 것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적절히 다룰 것 등을 요구했다. 이는 정대협 등 한국의 시민사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요구해 온 주장과 큰 틀에서 일치한다.
일본이 12·28 합의를 통해 한국 정부의 손발을 묶어 놓고 국제 사회를 무대로 여론 뒤집기에 나섰지만 이런 태도가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여론을 악화시킨 셈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위원회의 발표는) 일·한 합의를 비판하고 있는 등 매우 유감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이 합의에 대해선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이나 미국, 영국 등도 환영한 바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12·28) 합의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일본 쪽과 협의 과정에서도 피해자 쪽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일 윤병세 외교장관이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등 국제 사회를 향한 일본 정부의 여론 뒤집기 작업을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중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이제훈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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