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맞아 일본 도쿄 외무성 앞에서 도쿄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대학생 60여명이 한-일 정부간 12·28 위안부 합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97주년 3·1절 풍경
“간니치단고 젯타이 한타이!”(한일담합 절대 반대!)
싸늘한 바람이 부는 1일 오후 3시, 일본 외무성이 자리한 도쿄 가스미가세키 관청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12·28 합의를 비난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3·1절을 맞아 같은 날 한국에서 진행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동포 대학생 60여명이 모여 연대 집회를 연 것이다. 참가 학생들 대부분이 총련 계열의 조선대학교 학생들인 듯 여학생용 교복인 검은 치마 저고리가 눈에 띄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요집회의 주제가가 된 민중가요 ‘바위처럼’을 따라 부르며, 한국의 위안부 운동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하나하나 소개해 가며 “일본 정부는 더 이상 피해자들의 존엄을 공격하지 마라” “조선인들의 존엄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재일본 조선인 인권협회’의 김우기 활동가는 “재일 조선인 학생들이 주체가 돼 지난 위안부 합의에 항의하는 데모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배장일(22)씨는 “한-일 정부간 합의는 1965년 한일협정에 이어 일본군 성노예 제도의 피해 여성들을 외면한 것이다.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 이뤄진 일방적인 정치적·외교적 담합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일본 경찰들이 주변에서 서성이며 “집회를 얼마나 오래 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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