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아베, ‘소녀상 이전-10억엔 연계’ 사실상 시인

등록 2016-01-18 21:06수정 2016-01-19 08:42

“약속 이행하는게 중요”
언론 인터뷰서 밝혀
박대통령 ‘사실무근’ 발언과 달라
일본 정부는 평화의 비(소녀상)가 이전되지 않아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간의 12·28 합의에서 약속한 10억엔을 지급할 것인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며 스스로 달성해야 할 약속을 이행해 가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는 한 일본도 10억엔을 지급하긴 사실상 쉽지 않다는 인식을 밝혔다. 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지급의 ‘전제 조건’이라고 명확히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정상간의 ‘신뢰 관계’까지 들먹이며 사실상 이를 연계시켰다.

아베 총리는 18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니혼게이자이신문>공동 인터뷰에서 ‘소녀상이 이전되지 않는 경우에도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겠냐’는 질문을 받고, “이번 합의는 일-한이 (맺어 온) 지금까지의 해결과 달리,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했음을 확실히 인정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이번 타결의 내용을 제대로 책임을 갖고 실행해 갈 것이다. 일·한이 신시대를 열어 가는 데 있어, 각각 적절한 대응을 해 가는 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재차 ‘한국 국회가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지지하지 않아도, 일본이 독자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아베 총리는 “우리는 정상 간에 한 약속을 각각 적절히 실행해 갈 것이다. 상호간의 신뢰 관계가 없다면 (합의가) 성립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나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는 그런 신뢰 관계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해 각자 해야 할 것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이목을 끄는 것은 소녀상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일본에 대해, 자제를 요청한 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에 대한 답변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소녀상 이전에 대해 “소녀상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고,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통해 “사실이 아닌 일들이 언론에 보도돼 합의 정신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구두 메시지까지 전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아베 총리의 속내가 드러나면서 12·28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한국 정부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합의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지원단체를 설득해 가며 정부가 주도하는 재단을 만들고, 이에 맞춰 소녀상을 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에 대해 지금과 같은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 정부로선 12·28 합의 이행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국내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소녀상을 강제로 옮겨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푸틴 압박…“우크라전 안 끝내면 모든 상품 관세 부과” 1.

트럼프, 푸틴 압박…“우크라전 안 끝내면 모든 상품 관세 부과”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2.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3.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트럼프 “다시 김정은에게 연락해 보겠다” 4.

트럼프 “다시 김정은에게 연락해 보겠다”

커제 LG배 실격에 “이런 패배는 4천년 만에 처음” 중국서 불만 5.

커제 LG배 실격에 “이런 패배는 4천년 만에 처음” 중국서 불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