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말해달라는 중의원 요구 회피…“소녀상 이전될 것”
“지금까지 이 발언(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 발언)을 아베 총리 본인에게선 들은 적이 없다. 한번쯤은 자신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지난 외상 간 회담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내 생각을 전했다. 몇번이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과) 답변을 한다면 이 문제는 최종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12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 외무성 관료 출신의 오가타 린타로 민주당 의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에 한-일 정부 간의 지난해 12·28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치열한 논전이 진행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달 28일 양국 간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아베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대독한 바 있다. 오가타 의원은 이 사과 발언을 자신의 입으로 말해달라는 것이었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끝내 거부했다.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냐.”(오가타 의원)
“앞서 말한 대로 박 대통령에게 말했다. 같은 문제를 2년, 3년 뒤에도 말하라고 요구하면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끝나지 않게 된다. 중요한 것은 책임을 갖고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아베 총리)
“한번만이라도 대외적으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대표로 박 대통령에게 이미 말했다.”
“(총리가) 자신의 말로 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해진다.”
“(한·일 모두) 서로 국익이 있고 국민들의 감정도 있다. 나는 박 대통령에게 성의를 갖고 발언을 했다. 오가타 의원, 외교에는 여야가 없다 이를 다시 들춰내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
아베 총리는 소녀상 문제에 대한 오가타 의원의 별도 질문에 대해선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한 만큼 합의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처할 것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적절한 대처’에 소녀상 이전이 포함되냐는 질문에 “적절히 대처한다는 것은 (소녀상이) 이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결국 자신의 입으로 사과는 하기 싫고, 소녀상은 이전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한 태도로 밝힌 셈이다. 아베 총리의 이런 의사가 다시 확인되면서 12·28 합의에 드러난 아베 총리의 사과에 진심이 담긴 것이냐는 한·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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