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대로서 책임 다했다”
일본 언론들도 긍정적 평가
일본 언론들도 긍정적 평가
“우리 아들이나 손자들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계속 사죄를 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
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의 한-일 외교장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일본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방금 전화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 합의를 확인했다”고 밝힌 뒤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선 안 된다. 지금 살아가는 세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가 여성의 인권 회복 관점이 아닌 후손들에게 부담을 물려주기 싫기 때문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아베 총리가 이날 보인 태도는 이번 한-일 간 합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면서 끝내 자신의 표현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히진 않았다. 그는 지난 8월 담화 때엔 역대 총리대신의 담화를 인용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기시다 후미오 외상에게 자신의 입장을 대독시켰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일본의 총리로서 위안부로서 고통을 겪고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기시다 외상이 일본 언론과의 별도 기자회견에서 “이런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것이라 판단한다. 이로 인해 일-한 관계는 미래 지향의 신시대로 들어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그는 또 “이를 통해 일-한, 일-미-한 사이의 안보 협력을 전진시킬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해 이번 합의의 배경에 한-미-일 3각동맹 구축이라는 안보적 고려가 있었음도 내비쳤다.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당시의 책임과 군의 관여를 인정한 게 한국이 합의를 받아들인 최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한-일 관계가 긍정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일본 정부가 가장 중시한 것은 이 문제가 다시 재론되지 않는 것이었다. 위안부 문제에 종지부를 찍어 안전보장 문제의 협력을 포함해 양국 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11월 초 한·일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한다고 했을 때 이미 같은 배에 탄 것이다. 같은 배를 탄 이상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한-일 관계는 파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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