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7일 오후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차 한-일 국장급 협의를 마친 뒤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일 위안부 문제 논의
‘창의적 해법’ 뭘까
‘창의적 해법’ 뭘까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정부가 과연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일 공동기금 조성?
기금에 일본 정부 예산 투입
일 정부 책임인정 ‘해석’ 여지
아베 사죄편지 전달도 추진
“2012년 사사에안보다 후퇴” 미국을 증인으로? 미국이 합의안 보장방안 고려
현실화땐 ‘외교종속’ 비판 일듯 우선,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로선 여기서 후퇴하면 또다른 배·보상 문제가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회적으로 법적 책임 인정을 꾀하는 것은 가능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설립’하는 기금을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이 추진하는 기금에 한국이 발을 담그게 하려는 데 대해 “한국 정부를 관여시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을 담보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피해자 지원 기금의 조성은, 보기에 따라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편지를 피해자들에게 보내게 되면 책임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기보다는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수준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토대로 피해자들을 설득할 만큼 신뢰를 쌓았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6일 이런 기금 조성을 1995년 출범했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에 비교하며, “별반 다름이 없다. 아시아여성기금은 피해자들의 반대로 이미 실패한 일본 정부의 정책이었다”고 못박았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같은 수준의 일본 쪽 제안을 ‘법적 책임 인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은 바 있다. 2012년 3월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①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사죄하고, ②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해 사죄하며, ③일본 정부 예산으로 보상한다는 ‘사사에 안’을 한국 쪽에 제안했지만, 국내 여론 설득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사에 안보다도 양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한-일이 군 위안부 피해자뿐 아니라 강제징용 피해자 등 일제 강점기의 모든 피해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기금을 공동 운용한다면, 일본 쪽이 사실상 책임 인정과 피해자 배·보상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합의안이 나오면, 제3자인 미국 정부가 성명을 내어 최종 타결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본 쪽이 이를 위해 미국 쪽에 성명 발표 준비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최종 타결의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일본 쪽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내용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은 외교 실패와 대미 외교 종속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일 양자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쪽이 명확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에 사실상 ‘추인’을 받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일 정부 책임인정 ‘해석’ 여지
아베 사죄편지 전달도 추진
“2012년 사사에안보다 후퇴” 미국을 증인으로? 미국이 합의안 보장방안 고려
현실화땐 ‘외교종속’ 비판 일듯 우선,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로선 여기서 후퇴하면 또다른 배·보상 문제가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회적으로 법적 책임 인정을 꾀하는 것은 가능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설립’하는 기금을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이 추진하는 기금에 한국이 발을 담그게 하려는 데 대해 “한국 정부를 관여시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을 담보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피해자 지원 기금의 조성은, 보기에 따라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편지를 피해자들에게 보내게 되면 책임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기보다는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수준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토대로 피해자들을 설득할 만큼 신뢰를 쌓았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6일 이런 기금 조성을 1995년 출범했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에 비교하며, “별반 다름이 없다. 아시아여성기금은 피해자들의 반대로 이미 실패한 일본 정부의 정책이었다”고 못박았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같은 수준의 일본 쪽 제안을 ‘법적 책임 인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은 바 있다. 2012년 3월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①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사죄하고, ②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해 사죄하며, ③일본 정부 예산으로 보상한다는 ‘사사에 안’을 한국 쪽에 제안했지만, 국내 여론 설득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사에 안보다도 양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한-일이 군 위안부 피해자뿐 아니라 강제징용 피해자 등 일제 강점기의 모든 피해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기금을 공동 운용한다면, 일본 쪽이 사실상 책임 인정과 피해자 배·보상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합의안이 나오면, 제3자인 미국 정부가 성명을 내어 최종 타결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본 쪽이 이를 위해 미국 쪽에 성명 발표 준비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최종 타결의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일본 쪽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내용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은 외교 실패와 대미 외교 종속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일 양자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쪽이 명확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에 사실상 ‘추인’을 받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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