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쪽에선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왜 일본에 두거나 재사용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는 의견인데,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피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당한 조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12일 일본 환경단체와 일반 시민, 전문가 등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제출한 서면 의견에 대한 경제산업성의 답변서를 보면, 오염수의 ‘일본 내 재사용’ 부분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퍼블릭 코멘트’로 불리는 의견 공모 절차를 거친다.
경제산업성에 제출된 의견 중에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처리수가 안전하다면 공무원·국회의원·도쿄전력 등 관계자들이 마셨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다. 또 “알프스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생활용수로 재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경제산업성은 “알프스 처리수의 삼중수소 규제 기준을 준수할 때까지 (물로) 희석하면 이를 마셨다고 해도 방사선에 의한 건강상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공표하고 있는 개념인 알라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근거하면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가능한 한 피한다는 관점에서 처리수에 대해 음용이나 생활용수로 활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피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1977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처음 제기한 ‘알라라 원칙’은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한 낮게’라는 의미로, 개인 피폭량을 가능한 한 줄일 것을 요구한 개념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안전성을 강조하며 ‘알라라 원칙’을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본도 핵연료봉까지 녹아내린 후쿠시마 사고 원전과 정상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자료에서 “후쿠시마 정화 처리 전 오염수에는 세슘137과 스트론튬90 등 일반 원전에서 나오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반감기(방사능량이 처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각각 30년이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다. 도쿄전력은 “정화 처리한 알프스 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할 때 국가 규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알라라 원칙에는 맞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일본 원자력 시민단체에선 오염수를 10만t급 초대형 탱크에 저장하거나, 오염수에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모르타르 고체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들이 5월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 계획을 비판하는 내용의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다핵종제거설비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희석한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근처에 있는 후쿠시마 제2원전 등을 포함해 일본 내 다른 곳에 보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바다 방류의 핵심 이유 중 하나인 제1원전 내 오염수 탱크 부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경제산업성은 답변서에서 “(알프스) 정화 처리나 희석을 통해 기준에 충족한 물에 대해서도 (제1원전) 부지 밖으로 반출한 뒤 처분할 경우에는 현행 제도상 수송 도중, 반출처에 필요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송이나 보관 등에 있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다양한 관계자와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 실시를 위해서는 상당한 조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해 한국, 중국, 태평양 섬나라 등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 어민들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올여름께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오염수의 ‘일본 내 보관’을 두고 의견 조정에 시간이 걸려 어렵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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