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요미우리신문>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 인터뷰가 실린 요미우리신문 1면. 도쿄/김소연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한국 재단이 대신하는 ‘제3자 변제’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내가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한국이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다. 걱정할 필요 없다. (재단을 통해) 변제가 (피해자들에) 이뤄지면 논란도 수습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동안 외교부는 ‘제3자 변제’로 대표되는 양보안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 및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혀왔는데, 처음부터 자신의 의중대로 밀어붙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사실상 모순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15일치 <요미우리신문> 단독 인터뷰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양보안를 비롯해 한-일 관계, 외교·안보 등 다양한 현안에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지난 6일 외교부가 일방적인 양보안을 발표한 뒤 윤 대통령이 직접 상세히 설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제3자 변제’ 방안이 본인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내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강제징용 해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재단이나) 기금을 통한 (제3자 변제) 해결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취임한 이후로 이 부분을 (대통령실 국가) 안보실과 외교부에서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제3자 변제’ 방안을 생각한 배경도 상세히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맺기 위해 50년대부터 한일 간에 진행돼 온 과정이 있다. 1965년 협정의 규범적 해석과 양국 정부가 협정을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 그리고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순되거나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꼬인 것이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아닌 2018년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1965년 협정이나 양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정치·외교적인 양국의 입장과 협정에 관한 사법부의 해석 사이의 상반된 부분은 정부가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나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3자 변제라는 해법은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내가 정치를 하기 전 (검찰이라는) 법률가로 활동할 때부터 이런 해결책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양보안을 두고 외교부는 그동안 폭넓은 의견을 들었다고 밝히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주요하게 강조해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양보안을 발표하면서도 “강제징용 피해자 쪽의 의견을 존중하고, 4차례의 민관협의회와 올해 1월 공개토론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제3자 변제’를 처음부터 해법이라고 생각했던 만큼, 다른 대안이 선택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일본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일본에선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3명이 모두 정부안에 반대하고 여론도 부정적인 만큼, 정권이 바뀌면 한국 정부의 약속이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로인해 제3자 변제에 나선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추후 일본 피고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우려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나중에 (한국 쪽이 일본 피고 기업에) 구상권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번에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정부의 이런 입장, 결론에 따라 변제가 이뤄지면 아마 논란은 수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다만 “물론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세력도 많이 있다”며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온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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