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일 관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대폭 양보하는 안을 발표하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8.9%로 4주 만에 30%대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10~12일 사흘 동안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227명)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오른 41%로 집계됐다. 6개월 만에 40%대에 올라섰고, ‘지지한다’가 ‘지지하지 않는다’를 웃돈 것은 7개월 만이다.
기시다 내각의 여러 정책 중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정도만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피고 기업의 사과·배상 없이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양보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응답자의 53%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는 34%로 2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6~10일 닷새간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한 주 전보다 4.0%포인트 하락한 38.9%로 나타났다.
한국의 양보안을 높이 평가하는 일본 정부는 16~17일 도쿄에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을 극진하게 예우할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정상이 16일 정상회담을 한 뒤 번화가인 긴자의 노포 두 곳에서 연이어 만찬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긴자 주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이후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양식집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1895년 창업한 렌가테이는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희망을 반영해 렌가테이를 2차 만찬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두 차례에 걸쳐 만찬을 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7일에는 일한의원연맹 회장에 취임하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도 논의한다. 일본 <지지통신>은 “일-한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역사인식에 대해 새로운 사과의 말을 하지 않고, 1998년 일-한 공동선언 등 역대 내각이 제시한 입장의 계승을 표명하는데 그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피고 기업의 사과·배상 참여 등 추가적인 호응은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양보안 발표 뒤 이미 일본 국회와 기자단을 만나 ‘역사인식 계승’을 언급한 바 있다.
회담에선 피해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간 ‘셔틀 외교’ 복원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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