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며 대폭 양보하는 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일본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피해자가 원했던 내용이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소송을 지원한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해서는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노 국장은 “첫 번째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안보와 경제’를 피해자의 인권보다 우선하면서 일본과의 합의를 서두르고 말았다. 이게 제일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피고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노 국장은 “피고 기업은 한국 민사소송의 당사자로 확정판결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계속 ‘남의 일’처럼 행동하는 것은 명백한 ‘컨플라이언스’(기업이 법과 명령을 준수해 경영하는 것)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6월에 (피고 기업의) 주주총회가 있다”면서 “그에 맞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참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어제 ‘민간기업의 자발적 기부활동 등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피고 기업이 자금을 출연하라고 촉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정치학·현대한국연구센터장)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호응이 없으면, 한국 정부의 해결책이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된다.”
6일 한국 정부의 양보안에 우려의 뜻을 밝히기는 일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정치학·현대한국연구센터장)는 7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일본 피고 기업의 사과와 배상 참여가 빠지면서 한국에선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강하다”며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국회와 기자들 앞에서 과거 담화 계승을 표명한 것도 아쉬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국민, 나아가 국제사회에 역사 인식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도 가능하면 문구를 다시 상기시키면서, 자민당뿐만 아니라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인정한) 민주당의 간 나오토 총리 담화까지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니시노 교수는 “새로운 한-일 관계가 한국에 유의미하다는 것을 두 정상이 보여주지 못하면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됐을 때 이 문제(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는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도광산 등 한-일 사이에는 다양한 현안이 있다.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신뢰 관계를 회복하면서 차분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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