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웹툰작가 윤아무개씨가 자신의 페이스북(메타)에 올린 글. 페이스북 갈무리
요사이 우리 애국선열을 조롱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서 주류화되는 게 보인다. 2021년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게시글로 논란을 빚은 웹툰작가 윤아무개씨가 대표적이다. 도 넘은 표현에 독립유공자들은 윤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개인 의견일 뿐 독립운동가를 모욕한 게 아니라는 것. 원고인 독립유공자들은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윤씨는 유명해졌다.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고, 작년 12월 슈퍼챗 수입이 3300만원에 육박하는 등 인기도 급상승했다.
검찰이 보장해준 표현의 자유로 거칠 게 없어진 윤씨는 지난 6일,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게 “무서운 일제의 강제노동에 시달렸는데도 95살이나 건강하게 잘 살아계셔서 참 다행입니다”라며 글을 올렸다. “여러 가지 다른 이익”을 목적으로 전범 기업에 배상을 청구하는 게 아니냐는 뉘앙스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과 화해를 언급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으로 글을 맺었다. 일베식 ‘죽음’의 희화화와 유사했다. 윤씨는 가짜 정보로 안중근 의사와 항일운동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 일제강점기 피해자를 폄훼하는 언행을 최근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변호인을 향해 “반일러”, “강제징용 팀들”이라고 깎아내리거나, 평화의 소녀상을 가리키며 “강남역 건물 알박기 설치물”, “위안부상이 윤미향 상”이라고 부르는 게 예사다.
백여년 전 일제 통치는 조선 근대화와 계몽의 방편이라 했던 박중양이란 자가 있었다. 박중양은 3.1운동 당시 ‘자제단’을 결성해 독립만세 시위를 조롱하고 분열시켰다. 그는 독립운동 진압을 주도하고 독립운동가를 말살한 공로로 일제로부터 훈장을 받은 대표적 친일파다. 박중양과 유사한 친일파 망령이 인터넷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친일 화해’라는 프레임의 여론을 ‘빌드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착시이길 바랄 뿐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서 이따위 퇴행적 주장이 기승을 부리는 게 가당치 않기 때문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비평가 미치코 가쿠타니는 “소셜미디어가 자기 자신을 구경거리 삼아 타인의 관심을 끌려는 욕구를 촉진하면서 지식보다 의견을, 사실보다 느낌을 찬양하게 되어 거짓과 혐오가 일상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뇌의 비열한 부분, 즉 공포와 증오, 분노 등 원초적 감정에 냉소적으로 호소하는 게시물이 최상위에 노출되는 까닭에 이를 공유하려는 충동이 두려움, 격분, 불안처럼 자극이 강한 감정 영역에 의해 활성화”됨을 지적했다. 조회수, 공감수가 사실이나 진실, 실재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는 뜻이다.
부정확한 개인 의견, 거짓, 모욕, 조롱, 혐오 메시지에 습관적으로 노출될수록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무감각해져, 특정 사안에 냉소적 태도를 보이거나 무관심해질 수 있다. 결국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되어 이제껏 믿어온 진실을 불신한 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사고 능력을 마비시키려는 확산자들의 거짓 획책에 당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국토지리원은 독도를 일본 섬으로 집계했다. 지나쳐서는 안 될 사실이다. 정신 차려야겠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