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일본 도쿄 거리에서 폭염 때문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모습이 보인다. 도쿄/AFP 연합뉴스
“가족끼리 한 방에서 에어컨을 사용해 주세요. 텔레비전도 한 방에서 같이 보며 (전력 부족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절전을 호소했다. 경제산업상이 에어컨과 텔레비전을 한 방에서 사용하라고 말할 만큼, 올해 일본의 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전기가 부족하다”며 “올해 여름 전력 예비율은 아슬아슬하고, 겨울에 추위가 심할 경우 110만 가구분의 전기가 부족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전력부족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으로 화력발전소가 줄어들고,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제1원전 사고 뒤 안전기준이 높아지며 재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로 에너지 조달 상황도 불안정해졌다.
도쿄전력은 한겨울인 내년 1월 관내 전력 공급예비율(공급 전력 중 사용 후 남은 전력 비율)을 0.6%로 예측했다.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최소한 3%가 필요한데, 한참 모자란 수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전력을 포함해 예비율이 부족한 전력회사 7곳 공급예비율을 3%까지 올리려면 350만kW가 필요하다”며 “약 110만 세대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재해나 강추위 등 예상치 못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전력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규모 7.4 강진으로 일부 발전소가 운행을 중단하고 난방 전력 수요가 늘어나자, 수도권 등에 전력수급 위기경보가 처음으로 발령되기도 했다. 올여름도 불안한 상태다. 도쿄전력 등에서 전력 공급예비율이 3.1%로 전망되는 등 아슬아슬한 수치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 차원에서 전력수급의 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전력수급에 관한 검토 회의’를 조만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는 5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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