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 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증오는 바이러스다.”
백인 청년이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사망케 한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말인 20일(현지시각)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미 경찰이 ‘증오범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명백하다며, 증오를 멈추라고 항의했다.
<시엔엔>(CNN)과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한 애틀랜타를 비롯해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 곳곳에서 각각 수백 명이 모여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와 태평양계 등 증오범죄에 노출된 이들과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백인, 흑인 등이 두루 모였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내의 주 의회 의사당 옆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인을 포함한 시민과 활동가 등 수백 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드러프 공원에서 주 의사당으로 행진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한성희씨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세상과 사람들이 분명히 알기를 원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20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증오범죄 반대 집회에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CBS 유튜브 갈무리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고 <시비에스>(CBS) 방송이 전했다. 샌드라 오는 2분여 동안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가 두려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도 중국계 등 수백여 명이 모여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곳은 아시아계에 대한 폭행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일본과 캄보디아 출신 등 여러 아시아계 시민들이 모여 증오범죄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규탄했다. 그는 에모리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걱정하면서 거리를 걷는다. 그들은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 언어적·물리적 공격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이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아시아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연설에서 “대통령과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폭력에, 증오 범죄에, 차별에 맞서 언제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단체 180여 곳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문제 대처를 위해 3억달러(3390억원) 규모의 예산을 요청했다. 백악관이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도 촉구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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