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3군데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각)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의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이 숨진 이튿날인 17일 시민들이 참사 현장 중 한 곳인 ‘골드 스파’ 앞에 마련된 추모소에 꽃을 헌화하려 준비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20년 넘게 애틀랜타에 사는 동안 이런 일은 없었어요. 개인적 원한에 의한 총기 사건들은 있었어도 이렇게 무차별하게 쏘는 경우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3곳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총격으로 숨진 이튿날인 17일(현지시각) 애틀랜타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지 한인들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참극에 크게 놀랐다면서 정확한 범행동기 등에 대한 당국의 조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타 일대에는 약 12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김종훈(63) 미동남부 한인외식업협회 회장은 “19년째 애틀랜타에 살면서 이렇게 인종 혐오가 노골적이고 크게 드러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은 전날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로 인식됐던 이 사건을 이튿날 경찰이 성 충동 관련성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표를 하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애틀랜타한인회 관계자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너무 놀라서 마트에도 가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경찰 발표는 그게(증오범죄) 아니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인회 사무실에는 이날 아침부터 ‘가게 영업을 해도 되는 거냐’는 등 교민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지만 정확한 사태 파악이 안 돼 딱 부러지는 안내를 해주기 어려웠다고 한다.
일부 한인들은 이번 일로 한인 마사지 업소들이 부적절한 영업을 해온 것 아니냐는 눈초리가 쏟아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유진 리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 보도본부장은 “이민 1세들이 상대적으로 사건 추이를 관망하는 기류인 데 비해 2세들이 더욱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2세들은 “(성 중독 얘기는) 용의자의 진술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아시안 여성에 대한 증오와 무시가 깔려있는 명백한 증오범죄”라고 말한다고 리 본부장은 전했다. 그는 “연방수사국(FBI)까지 개입해 추가 수사를 하면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이날 누리집에 안내문을 올려 “아직 범행 동기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동포 여러분께서는 유사한 범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뉴욕 등의 다른 공관들도 누리집에 비슷한 내용을 올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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