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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다섯개의 눈’서 ‘열개의 눈’으로…한국도 도감청 연루 의혹

등록 2015-11-09 21:35수정 2015-11-10 10:38

탐사기획 스노든 폭로 2년 ‘인터넷 감시사회’
②점령-전세계 해킹 NSA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 연합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를 넘어 태평양 국가들과 신호정보 동맹인 ‘태평양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SSPAC·Sigint Seniors Pacific·이하 에스에스팩)을 만들었고 한국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노든 문건에서 확인됐다. 한국이 국가안보국이 주도하는 태평양 지역 첩보활동에 관여하는 구체적인 정황은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미, 한국·싱가포르·타이·인도·프랑스와도 ‘연합체’
태평양 신호정보회담 만들고 ‘하위 파트너십’ 구축
한국, 호주가 인니 도감청할 때 ‘모종의 역할’ 한 듯
NSA 문건엔 “2012년 한국 국정원장, NSA 방문”

올해 3월 뉴질랜드 언론을 통해 처음 공개된 ‘미 국가안보국과 뉴질랜드의 정보협력 관계’라는 제목의 스노든 문건을 보면, 한국은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스’ 및 싱가포르·타이·인도·프랑스 등 아시아 지역 국가가 구성원인 ‘에스에스팩’에 속해 있다. 한 뉴질랜드 언론은 이들을 ‘텐 아이스’(열개의 눈)라 불렀다. ‘태평양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 정도로 번역된다. 유럽 국가인 프랑스가 포함돼 있고, 아시아 주요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빠져 있다. 복수의 외교안보 전문가의 설명을 종합하면, 프랑스는 태평양 지역에 누벨칼레도니(뉴칼레도니아) 등 프랑스령을 두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정보 수집 대상 국가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미국과는 밀접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력 등의 영향으로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건을 분석하면,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신호정보 활동 동맹을 구축했고, 한국은 이런 질서의 한 하위 파트너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의 목적은 태평양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의 정보기관 고위급들이 만나 신호정보를 교환하거나 동향을 파악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건을 보면, 뉴질랜드 통신보안국(GCSB)은 이 정보교류 모임의 회원으로 최근 2년간 의장국 역할을 했으며,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정보교환을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미국과 뉴질랜드가 주축인 이 모임을 파이브 아이스에 빗대 ‘텐 아이스’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문건에는 뉴질랜드가 에스에스팩과 ‘에스에스유럽’(SSEUR·유럽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의 관계를 공고히 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텐 아이스는 태평양에 공동 이익이 있는 10개국이 모였지만, 정보를 활발하게 교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고위급 회담인 만큼 암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따른 애로점이나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파이브 아이스 국가와 협력해 ‘모종의 역할’을 해온 사실이 예상치 않았던 사건에서 다시 확인된다. 2011년 한국계 오스트레일리아 공무원 김아무개씨가 주오스트레일리아 한국대사관 고문 신분으로 위장한 국가정보원 직원을 접촉하고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한겨레>가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필립 돌링에게서 제공받은 김씨의 오스트레일리아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국정원이라 할 안보정보국(ASIO) 국장이 2012년 10월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안보와 관련한 몇 개의 문제에서 일치한다”며 “두 나라는 30년 넘게 교류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에는 한국이 오스트레일리아가 인도네시아를 도감청하는 데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 한국 대사까지 소환하는 등 제기된 의혹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소환됐던 김영선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가 아닌 싱가포르가 그런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은 기사에는 언급됐지만 (도감청 협조는) 사실이 아니어서 그대로 해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스노든 단독 문건을 글렌 그린월드 등과 함께 취재했던 <가디언>의 루크 하딩 기자는 지난해 3월 출간한 책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프롬북스)에서 한국 국정원장이 2012년 미국 국가안보국 하와이지부를 방문한 사실을 밝혔다. 하딩은 이 책에서 “국가안보국은 이 지역의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시긴트(신호정보 분석) 업무를 진행했다. 이곳(국가안보국 하와이지부) 지하 단지를 찾은 방문객 중에는 새로 취임한 한국 국정원장, 타이 국가보안국 차기 국장, 그리고 도쿄에서 파견된 사절단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하딩은 <한겨레>와 주고받은 전자우편에서 “스노든 문건 중에 국가안보국의 내부 뉴스레터에 나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한겨레> 질의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최현준 고나무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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