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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머독 미디어제국’ 거센 역풍

등록 2011-07-12 20:42수정 2013-01-24 09:34

왕세자 부부 도청·총리 아들 의료기록 해킹까지
영국의 타블로이드 주간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뿐 아니라 루퍼트 머독의 다른 소유 매체들까지 불법도청을 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며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심판대에 올랐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불법도청 문제가 사법처리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영국 정부도 12일 머독의 위성방송 <스카이>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사실 불법도청부터 경찰매수까지, 속속 밝혀지는 머독 소유 언론들의 행태는 여느 권력기관도 상상 못할 정도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찰스 왕세자 부부의 음성메시지를 도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도청을 당한 왕실 관계자가 1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왕실 기자들이 기밀사항인 왕실의 전화번호와 주소록, 엘리자베스 여왕 부부의 여행 일정 등을 얻기 위해 왕실 경호 경찰을 매수했다는 증거 자료도 나왔다고 <이브닝 스탠더드>가 전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도청 피해자는 왕실 인사부터 살인사건 희생자 소녀까지 4000여명에 달한다.

불법도청은 머독 소유의 다른 언론사에서도 이뤄졌다. <비비시>(BBC) 등 영국 언론들은 <더 선>, <선데이 타임스>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06년 그의 금융 및 재산 정보와 당시 4개월이던 그의 아들 프레이저가 선천성 유전병인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다는 의료 기록도 빼낸 것으로 의심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제임스 머독과 리베카 브룩스 등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의 경영진들은 “전혀 아는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불법도청은 특종 욕심에 눈이 먼 일개 기자 차원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을 매수한 혐의에 미국 내 법인 뉴스코프가 관여했을 경우, 외국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불법행태가 드러나며 언론 소비자들은 머독의 언론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엔 ‘보이콧 뉴스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의 절독 운동 모임이 개설됐고, 트위터에서도 지역구 의원들에게 머독의 <스카이> 인수를 불허하도록 편지를 보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도 인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총리실 스티븐 필드 대변인은 12일 “정부는 야당이 주장하는 머독의 <스카이> 인수 철회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신문의 37%를 소유하고 있는 머독은, 위성방송 <스카이>를 완전 인수할 경우 영국 상업방송의 40%까지 장악하게 된다.

러시아 관영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불법도청이란 ‘작은 돌’이 떨어지면서 머독의 언론제국에 산사태를 일으키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디어 제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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