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유엔, 인터넷 보안강화 등 협의 시작
디도스 공격 등 계기…국제조약 도출 여부 주목
디도스 공격 등 계기…국제조약 도출 여부 주목
사이버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적극 대응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전 대응 논의도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사이버전쟁을 규제할 국제조약을 반대하던 태도를 바꿔 러시아와 유엔 군축위와 함께 인터넷 보안 강화와, 사이버공간의 군사적 이용 제한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지난 7월 미국과 한국의 일부 정부기관들을 상대로 한 ‘분산서비스 거부’, 이른바 디도스(DDoS)공격이 발생한 뒤의 일이다.
블라디스라브 셰르스튜크 러시아 국가안보위 부서기가 이끄는 대표단이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대표단과 회담을 열어 양국간 이견을 좁히는 진전을 이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미국은 제네바의 유엔군축위 대표들과 사이버전 및 사이버 안보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사이버 이슈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내년 1월 유엔에서의 논의가 예정돼 있고, 미·러 양국은 독일 가르미슈에서 열리는 인터넷안보에 관한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민간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군사활동을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확산 문제에 대처하는 국제조약 수준에서 다루자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군사용과 상업용 사용의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는 더 많은 국가들이 사이버무기를 개발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처 방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태도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내년 10월 미 전략사령부 산하에 사이버전사령부를 통합 설치해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러시아 정보안보연구소의 빅토르 소콜로프 부소장은 “인터넷 안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지난 수개월 사이에 바뀌었고, 최근 미·러 간의 대화는 사이버공간에 관한 군축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는 러시아 쪽은 무기개발에 대한 제한 쪽에 초점을 맞춘 반면, 미국은 인터넷 범죄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면 군사적 사이버공격에 대한 방어능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정부기관, 은행, 전력회사 등 모든 컴퓨터 네트워크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중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네트워크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사전에 네트워크 서버에 숨겨놓을 수 있는 ‘논리폭탄’, 악성코드를 이용해 웹사이트를 무력화시키거나 활동을 탐지할 수 있는 ‘보트넷’(botnet), 수㎞ 떨어진 곳에서 컴퓨터회로를 망가뜨릴 수 있는 마이크로웨이브 방출장치 등이 있다.
미·러간의 사이버전 논의는 최근 새롭게 관계설정을 시도하고 있는 양국 관계에 또다른 시험대가 될 것 같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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