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20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쓰레기 더미에 불을 놓아 바리케이드를 삼은 뒤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제진압에 나서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테헤란/AP 연합
무력진압에 십수명 숨져…인디펜던트 “군·경 발포”
대선 부정선거 시비를 둘러싼 이란 시위 사태가 군경의 강경 진압에 맞서 시위대가 격렬히 저항하면서 극한 충돌로 치닫고 있다. 20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선 군경의 진압으로 최소한 시위 참가자 13명이 숨졌다.
개혁파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 3000여명은 이날 테헤란에서 8일째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는 21일 전날 시위에서 “경찰과 테러리스트들이 충돌해 1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모스크와 주유소 2곳에 불을 지르고 군 초소 한 곳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이 시위 중 사망자를 확인한 것은 두번째로, 지난 15일 친정부 민병대의 발포로 최소 7명이 숨졌다고 밝힌 이후 닷새 만이다. 미국 뉴스전문 채널 <시엔엔>(CNN)은 이날 충돌로 시위 참가자 1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테헤란의 한 병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지난 12일 이란 대선 이후 시위 사태로 지금까지 최소 15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군경이 발포해 수십명이 숨지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다수의 목격자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군경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무사비는 이날 테헤란 남부 지역에서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나는 순교자가 될 준비가 됐다”며 “내가 체포되면 총파업을 단행하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날 이번 대선의 전체 투표함 중 10%를 무작위로 추출해 재검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으나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9일 선거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금요예배에서, 선거부정 의혹을 일축한 뒤 시위가 계속될 경우 상응하는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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