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불간섭’ 기조 바꿀 가능성
미 의회 무력진압 비난 결의안 채택
미 의회 무력진압 비난 결의안 채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이란 정부에 자국민들에 대한 폭력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그동안 이란 사태에 대해 온건한 목소리를 냈던 오바마가 상황이 점점 격렬해지자 기존의 ‘이란 사태 불간섭’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오바마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는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우리는 희생된 무고한 생명에 애도를 표한다”며 “집회와 언론 권리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며, 미국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이란 지도부는 자국민의 존엄성을 반드시 존중하고 폭력이 아니라 동의를 바탕으로 통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이날 성명은 이전과는 달리, 직접적이고 강경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오바마의 발언이 이란 정부의 지도층을 곧바로 겨누기 시작했다”며, 특히 20일 주말 테헤란 집회에 대한 이란 정부의 강경진압이 이날 성명의 단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가 성명 발표 직전인 이날치 신문에서 이란 사태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란 정부가 주말 테헤란 집회를 강경진압할 경우, 불개입 정책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전망과도 부합한다.
오바마는 테헤란 주말집회 전날인 19일 <시비에스>(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강경진압 시사 발언에 대해 “성명의 논조와 일부 대목에 매우 우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라는 등 모호하면서도 온건한 톤에 치우쳤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까지 이란 개혁파를 곧바로 지지하는 성명을 내지 않은 것은 개혁파에게 ‘친미’ 낙인이 찍히는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하 양원도 19일 이란의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도 이날 브뤼셀 정상회의 뒤, 이란 국민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이란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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