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연결된 유일한 식량 반입로…폭격에 기능 상실
의약품·의료진 절대 부족…유엔 “지원 늘려야” 호소
의약품·의료진 절대 부족…유엔 “지원 늘려야” 호소
“사람들이 먹을 것이나 쓸 만한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구걸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있는 카렌 아부자이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국(UNRWA) 감독관은 <에이피>(AP) 통신에 “8년째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요즘 같은 상황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의 마지막 생명줄이던 ‘땅굴 경제’가 붕괴되면서 주민들은 폭격과 굶주림, 의약품 부족 등 겹겹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폭격으로 최소 80~120개의 땅굴이 파괴됐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이 땅굴들은 이스라엘의 전면봉쇄 속에서 가자지구와 외부세계(이집트)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지난 18개월에 걸친 봉쇄로 가자의 3900여개 공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가자 주민 150만명 중 80%가 유엔의 식량 지원에만 의존해 삶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의 무기들뿐 아니라, 밀가루·연료·분유 등 가자지구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3분의 2가 땅굴을 통해 반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 가자지구 사무소의 이야드 나스르는 1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빵집 앞에 1천여명이 줄을 서기도 한다”며 “겨우 2㎏의 빵을 사 10~20명의 가족·친지가 배고픔을 면하는 상태”라고 생존전쟁의 긴박함을 전했다. 조금의 빵이라도 구할 수 있는 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라파 난민캠프에 사는 11살 아이의 엄마인 니마 부르데이니는 <에이피>에 “오늘은 아이에게 토마토 조각을 먹였다. 빵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호단체 이슬라믹릴리프의 구호요원인 하템 슈라브는 <비비시>에 “가자의 빵가게 47곳 중 4분의 1만 문을 열었고, 2주 뒤면 밀가루도 완전히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공습으로 부상자가 2천명이 넘는 상황이지만,약품도 제대로 구할 수 없다. 적신월사의 나스르는 “이스라엘 당국의 허락을 구해 가자지구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병원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의료진이 부족해 다들 지쳐 있고, 수혈용 피와 수액 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관 맥스웰 게이로드는 31일 “가자지구 주민들이 ‘삶이냐 죽음이냐’의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스라엘이 봉쇄 중인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조일준 김외현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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