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초안에 하마스 공격 언급 빠져” 이의 제기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휴전 권고를 거부하고 엿새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습을 계속하면서, 가자 지구 주민들은 공포와 절망, 굶주림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1일 밤(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열어 해결방안을 논의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자 지구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적십자사의 이야드 나스르는 1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자 지구의 모든 지역이 폭격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자 주민들은 피할 곳이 없다. 봉쇄 탓에 가자 지구를 떠날 수도 없고,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는 40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도 2천여명이 넘었다.
유엔 안보리는 31일 15개 이사국 중 유일한 아랍국가인 리비아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을 검토했으나 미국·영국 등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결의안 초안은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죽음을 초래한 이스라엘의 과도하고 비대칭적이며 무차별적인 모든 군사공격을 강력히 비난”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거부권을 가진 미국과 영국이 결의안 초안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표결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시리아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31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이 먼저 가자 봉쇄를 해제하면, 하마스는 로켓포 공격을 중단하고 이스라엘과 새 휴전안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가 1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31일 의회로부터 예비군 9000명의 소집을 승인받아 가자 접경지대에 중무장 병력을 증강했으며, 군인들은 장비를 조립하고 총기류와 탱크 포신을 닦는 등 지상전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조일준 김외현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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