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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러 ‘그루지야 충돌’가시화 하나

등록 2008-08-13 19:49수정 2008-08-14 02:36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콘돌리자 라이스(왼쪽)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콘돌리자 라이스(왼쪽)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
부시 “그루지야 주권 존중해”…강경 기조 선회
휴전 하루만에 깨져…러, 정찰기 격추·탱크 배치
미국이 그루지야 사태에 사실상 개입할 뜻을 밝혀, 그루지야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격화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모스크바 쪽이 휴전안을 존중할지 회의적이라며, 러시아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 미국과 러시아의 충돌로 비화될지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전쟁 엿새 만인 13일 유럽연합(EU)의 평화중재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날 그루지야는 러시아가 평화중재안의 휴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중재안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양쪽을 오가며 제시한 평화중재안이 하루 만에 무력화된 셈이다.

 실제로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군 관계자의 말을 따, 러시아 군이 이날 남오세티야의 주도 츠힌발리 상공에 있는 그루지야의 무인정찰기 2대를 격추시켰다고 보도했다. 무인정찰기가 츠힌발리에 있는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정보 수집을 하고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또 그루지야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 군이 고리시 인근에 탱크를 배치해, 그루지야와 자치주 남오세티야를 잇는 고속도로를 차단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사르코지가 제시한 유럽연합의 평화중재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두 나라가 동의한 중재안은 5가지 조항으로, 지난 8일 전쟁이 나기 이전으로 양국의 군대를 복귀시키고 군사 행동을 중단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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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애초 사르코지가 제시한 중재안에 포함됐던 ‘남오세티야 자치주와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의 향후 지위를 국제사회와 함께 토론하도록’ 한 조항은 삭제됐다. 그루지야가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사카슈빌리는 “두 지역이 그루지야의 영토로 보전돼야 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남오세티야의 지위를 두고 양국간 분쟁의 불씨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지위는 여전한 분쟁거리지만, 이번 사태로 이 지역은 사실상 러시아가 장악했다. 사카슈빌리는 “평화유지군이라고는 하지만, 압하지야의 러시아군은 점령군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반면, 메드베데프는 “러시아가 카프카스 산맥에 있는 민족들의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가 돼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분쟁의 불씨였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대한 양쪽의 입장이 한치의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 평화중재안이 무력해진 셈이다.

 부시 미 대통령도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그루지야의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하며, 그루지야의 주권과 영토가 존중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혀, 이번 사태로 러시아의 입장이 관철될 여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번 전쟁으로 인한 난민 발생 등 재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임을 밝혀, 사실상 직접 개입 의사도 분명히 했다. 미국의 군용기와 해군 병력이 개입된 인도적 지원이 진행 중이라며, “항구, 도로, 공항을 포함한 모든 통신과 수송 라인이 민간인에 대한 지원을 위해 개방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군의 활동에 협조하라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을 형식을 띤 미군의 개입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분쟁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미군이 직접 부닥치는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루지야 사태 발발 이후 무력한 지켜보던 미국이 갑자기 강경 기조로 돌아선 까닭은 이번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미국의 국익과 위신이 크게 손상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번 그루지야 사태가 ‘러시아 제국 부활’의 신호이자, 제국주의적 행태라며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레임덕에 빠진 부시가 사태 초기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비판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의 그늘에 눌려지내다 이번 그루지야 사태로 ‘러시아의 부활’을 보여준 러시아 쪽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이미 러시아 쪽은 미국 쪽의 제재 움직임을 일축한 바 있다. 메드베데프는 12일 “국제법은 이중 잣대를 두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라크 전쟁을 벌인 미국이 그럴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루지야 사태는 지난해부터 모습을 보이던 ‘신냉전’의 시대에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등 다른 관련국들을 시험하는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정애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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