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보안요원이 2일 예루살렘 거리에서 불도저를 몰고 주변차량을 들이받던 팔레스타인 남자를 사살한 뒤 권총을 든 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영국 <비비시> 방송이 촬영했다. 예루살렘/BBC AP 연합
지난달 24일 요르단에서 육로로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3개의 관문 가운데 알렌비 국경검문소. 민간복 차림의 보안요원들이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기관총을 든 채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길게 줄을 서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랍계 주민들이다. 입국심사 담당자들은 기자에게도 소지품과 여행가방을 열어보이게 하고 카메라 촬영 여부를 검사한 뒤, 경유국과 입국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기자의 여권에 찍힌 적성국 이란의 출입국 스탬프는 특히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스라엘 땅에 발을 들여놓기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단연 최강국이다. 그러나 이슬람 아랍국가들에 둘러쌓인 채, 물샐 틈 없는 보안과 경비, 주변 아랍국가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통제만이 생존을 보장해준다고 믿는 외로운 나라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의 공공장소엔 어김없이 민간복 차림에 총을 든 경비원들이 있다. 거리에서도 소총을 걸치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출퇴근하는 현역군인들이다. 핫팬츠에 가슴이 파인 캐주얼 복장의 젊은 여성들이 소총을 메고 다니는 모습은 처음엔 생소하고 어색하다.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동안 의무복무를 한다. 군인 각자에게는 즉시응전권이 주어졌다. 2일 예루살렘 시내에서 불도저로 버스와 승용차들을 들이박던 팔레스타인 남자도 마침 휴가 나온 군인이 쏜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 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과도 준전시상태에 있다. 그렇다보니 팔레스타인 주민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들에 대해서도 일상적인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셋)의 아랍계 정당인 타알당(변화를 위한 아랍운동) 소속 아크마드 티비 의원은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러 베들레헴에 갔으나 검문소 통과를 거부당했다. 티비 의원은 “크네셋 의원이자 의회 부의장인 내가 갔는데도 검문소의 일개 군인이 가로막았다. 무려 20여 ㎞를 돌아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 이것이야말로 점령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분개했다.
티비 의원은 “이스라엘은 특히 극우 성향의 종교 정당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크네셋에는 △이스라엘 공용어에서 아랍어 빼고 히브리어 전용 △아랍계 의원들의 아랍권 국가 방문 금지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의 거주 지역 제한 등 3개의 입법안이 상정돼 있다면서, 입법 저지에 힘쏟고 위헌소송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현재 모습은 말하자면 ‘움츠린 피해의식, 사나운 생존방식’이다. 그러나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역사와 이스라엘 건국 및 이후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시오니즘 이론가이기도 한 이라 샤간스키(70) 히브리대 명예교수는 “1967년 전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며 “이스라엘은 성자가 아니다.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2500년 동안 약소 민족이었고, 강대국과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스라엘은 마음만 먹으면 2주 안에 가자 지구를 초토화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수단만 동원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에 평화가 올 것 같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없이 “노!”라고 답했다. “사회과학자로서, 지금으로선 평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단언은 제3자에게도 아득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각수 주이스라엘 한국대사는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권과 팔레스타인에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좀 더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배경에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다”고 말했다. 신 대사는 “이라엘 내부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쉽지 않고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 그리고 이스라엘 인구 중 ‘울트라 오소독스’(유대인 정통 종교주의자)와 아랍계 인구가 급증하고 중도 성향의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가 앞으로 이스라엘과 아랍계 평화공존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루살렘 텔아비브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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