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아직은 평화 기대 안해”
이라 샤르칸스키 히브리대 명예교수(정치학)는 올해로 고희를 맞는 노학자이며 시오니즘 이론에도 밝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지방자치론 등 행정학 이론이 널리 소개되어 있으며, 한국인 며느리를 둔 지한파이기도 하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달 25일 예루살렘에 있는 자택에서 이뤄졌다.
-올해로 이스라엘이 건국 60돌을 맞았다. 감회는?
=자부심이 크다. 이스라엘은 지구촌 백 수십개 나라 중에서 경제와 민주주의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나라로 발전했다. 60년간 많은 경험을 했다. 건국 당시 60만여명이었던 인구가 지금은 10배 이상 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독립 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
-이스라엘이 그 같은 성공을 거둔 비결은?
=건국 초기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북미, 영국, 프랑스, 후주,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유대인이 재원과 기술을 기부하고, 대학과 병원, 종교기관 등을 세워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독일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도덕적 의무 차원에서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튼실한 세계 유대인 네트워크가 있는 것은 행운이다. 국방을 위한 높은 세금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지만 국가 운영을 잘 해왔다.
국가에 대한 비판적 기능이 작동해온 점도 중요하다, 비판은 예언자들의 주요한 기능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때로는 나라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지만 국가의 자생력을 키워주고 민주주의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지나친 비판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이스라엘에게는 경축할 만한 건국 60돌 역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게는 고통과 분노, ‘나크바’(Nakba=대재앙)의 60년 세월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사회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가?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그들은 (평화)합의를 지키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 개별 주민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다. 이스라엘이 항상 옳거나 좋은 것은 아니지만,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타협을 거부해 혼란을 자초하고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은 없는가? =이스라엘은 정치적 해결을 시도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주민 80%가 1948년 이후의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팔레스타인이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60년 전의 상황을 가르치고 주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평화 합의는 도출되지 않는다. 내가 해결책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평화로운 공존을 희망할 뿐이다.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핵심 논란거리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난민들이 모두 귀환할 경우 팔레스타인은 인구 과포화 상태가 되고 유대인은 질식할 지경이 된다. 현실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너무 애처로워서 2개 국가 방안을 지지하긴 하지만 양쪽 정치인들이 집행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2500년 동안 약소 민족이었다. 강대국과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해 잘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스라엘은 마음만 먹으면 2주 안에 하마스의 공격이 끊이지 않는 가자 지구를 초토화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명피해 수준에서 제재하기 위해 국경 문을 닫고 통제하고 있다. 정치·경제·군사·외교력을 다 갖추고 있지만 최소한의 수단만 동원하면서 팔레스타인이 협상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도 비슷하다. -두 국가 공존 방안을 인정한다지만, 이스라엘은 평화협상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등 상대와 공존할 준비가 안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스라엘은 성자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지만, “누군가 너를 죽이려 들면 먼저 그를 죽여라”는 말도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계속 발전해왔으며 앞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2002년 상당한 논란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으나, 이후 그 쪽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등 공격이 이어지고 끊임없이 로켓탄이 날아온다. 이스라엘의 양보가 오히려 이스라엘에 더 큰 위협과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쪽은 힘도 없으면서 협상에서 1948년 이전 국경을 요구하는데 역사는 변화하는 것이다. -1967년 전쟁 당시의 국경 반환은 국제사회가 제시한 해법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대화와 협상의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비난할 수 있나? =1967년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스라엘은 2002년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파격적 제안을 받아들여 가자 지구에서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은 인티파다(총 봉기)로 응답했다. 1100여명의 이스라엘 국민과 4000여명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했다. 지금도 가자 지구엔 시도 때도 없이 로켓탄이 날아든다. -1967년 국경 반환시 현재 가자 지구와 같은 상황이 우려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하마스는 휴전을 제안했지만 다른 요인들도 많다. 자신들의 가족과 분파, 종교적 가치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이슬람 세력이 있다. 어찌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로도 비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세력이 소규모 집단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이 아직 국가를 건립할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자체 단속을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평화에 대한 기대는 있는가? =아니다! 정치학자로서, 지금으로선 이 지역에서 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리라고 믿지 않는다. 최근 100년을 되돌아보면 분쟁과 평화에는 일정한 싸이클(주기)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팔레스타인 사람 대부분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모순되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 이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는 11월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중동 평화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글쎄, 잘 모르겠다. 오바마와 매케인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각각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우방국이긴 하지만 미국의 의도와 희망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은 ‘시오니즘’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나 오늘날 젊은이들은 ‘건국의 아버지’ 들과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이스라엘의 미래상은 어떤 것인가? =이스라엘 국민은 더이상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국가는 이 점을 걱정하지만, 사람들은 일상의 ‘현재’를 살아간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논쟁거리지만, <탈무드>를 보면 모든 페이지가 다 논쟁이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은 비판에 열려 있다. 예수는 당대의 반역자(rebel)였으며, 마르크스도, 프로이트도 역사 속에서 반역자였다. 큰 틀에서 보면 이스라엘은 왕성한 논쟁 속에서 계속 발전할 것이다. 도덕성과 인간성의 경계, 비관적인 상황 불완전함 속에서도 계속 나아지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글·사진 예루살렘/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이스라엘에게는 경축할 만한 건국 60돌 역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게는 고통과 분노, ‘나크바’(Nakba=대재앙)의 60년 세월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사회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가?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그들은 (평화)합의를 지키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 개별 주민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다. 이스라엘이 항상 옳거나 좋은 것은 아니지만,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타협을 거부해 혼란을 자초하고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은 없는가? =이스라엘은 정치적 해결을 시도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주민 80%가 1948년 이후의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팔레스타인이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60년 전의 상황을 가르치고 주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평화 합의는 도출되지 않는다. 내가 해결책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평화로운 공존을 희망할 뿐이다.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핵심 논란거리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난민들이 모두 귀환할 경우 팔레스타인은 인구 과포화 상태가 되고 유대인은 질식할 지경이 된다. 현실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너무 애처로워서 2개 국가 방안을 지지하긴 하지만 양쪽 정치인들이 집행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2500년 동안 약소 민족이었다. 강대국과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해 잘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스라엘은 마음만 먹으면 2주 안에 하마스의 공격이 끊이지 않는 가자 지구를 초토화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명피해 수준에서 제재하기 위해 국경 문을 닫고 통제하고 있다. 정치·경제·군사·외교력을 다 갖추고 있지만 최소한의 수단만 동원하면서 팔레스타인이 협상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도 비슷하다. -두 국가 공존 방안을 인정한다지만, 이스라엘은 평화협상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등 상대와 공존할 준비가 안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스라엘은 성자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지만, “누군가 너를 죽이려 들면 먼저 그를 죽여라”는 말도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계속 발전해왔으며 앞으로도 확장되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2002년 상당한 논란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으나, 이후 그 쪽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등 공격이 이어지고 끊임없이 로켓탄이 날아온다. 이스라엘의 양보가 오히려 이스라엘에 더 큰 위협과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쪽은 힘도 없으면서 협상에서 1948년 이전 국경을 요구하는데 역사는 변화하는 것이다. -1967년 전쟁 당시의 국경 반환은 국제사회가 제시한 해법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대화와 협상의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비난할 수 있나? =1967년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스라엘은 2002년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파격적 제안을 받아들여 가자 지구에서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은 인티파다(총 봉기)로 응답했다. 1100여명의 이스라엘 국민과 4000여명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했다. 지금도 가자 지구엔 시도 때도 없이 로켓탄이 날아든다. -1967년 국경 반환시 현재 가자 지구와 같은 상황이 우려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하마스는 휴전을 제안했지만 다른 요인들도 많다. 자신들의 가족과 분파, 종교적 가치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이슬람 세력이 있다. 어찌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로도 비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세력이 소규모 집단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이 아직 국가를 건립할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자체 단속을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평화에 대한 기대는 있는가? =아니다! 정치학자로서, 지금으로선 이 지역에서 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리라고 믿지 않는다. 최근 100년을 되돌아보면 분쟁과 평화에는 일정한 싸이클(주기)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팔레스타인 사람 대부분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모순되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 이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는 11월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중동 평화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글쎄, 잘 모르겠다. 오바마와 매케인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각각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우방국이긴 하지만 미국의 의도와 희망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은 ‘시오니즘’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나 오늘날 젊은이들은 ‘건국의 아버지’ 들과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이스라엘의 미래상은 어떤 것인가? =이스라엘 국민은 더이상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국가는 이 점을 걱정하지만, 사람들은 일상의 ‘현재’를 살아간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논쟁거리지만, <탈무드>를 보면 모든 페이지가 다 논쟁이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은 비판에 열려 있다. 예수는 당대의 반역자(rebel)였으며, 마르크스도, 프로이트도 역사 속에서 반역자였다. 큰 틀에서 보면 이스라엘은 왕성한 논쟁 속에서 계속 발전할 것이다. 도덕성과 인간성의 경계, 비관적인 상황 불완전함 속에서도 계속 나아지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글·사진 예루살렘/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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