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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가자 지구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

등록 2008-07-03 22:22

아크마드 티비 의원이 한반도의 휴전선 철책을 직접 잘라서 한반도 지도 위에 붙인 동판을 들어보이며 평화 공존을 강조하고 있다. 이 동판은 그가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정판으로 선물받은 것이다.
아크마드 티비 의원이 한반도의 휴전선 철책을 직접 잘라서 한반도 지도 위에 붙인 동판을 들어보이며 평화 공존을 강조하고 있다. 이 동판은 그가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정판으로 선물받은 것이다.
“극단주의가 평화 걸림돌…역사적 대타협 있어야”
 이스라엘의 타알당(변화를 위한 아랍 운동)은 아마드 티비 이스라엘 의회(크네셋) 의원이 이끄는 아랍계 소수 정당이다. 의회 부의장이기도 한 아마드 티비 의원은 이스라엘 인구 700만명중 20%에 이르는 140만 아랍계 주민을 위해 싸우는 전사다. 지난 5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친이스라엘 일변도의 발언을 하자,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부시 대통령의 연설 도중 벌떡 일어나 퇴장해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의 고위직과 두루 통해, 이스라엘 정가에서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티비 의원을 크네셋 내 의원실에서 만났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지위는 어떤가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졌으면서도 2등 국민 대접을 받는다.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는 나름대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국외자로 인식된다.

 -이스라엘 정치권이 아랍계에 대해 배타적인가?

 =크네셋에 의원을 낸 극우 종교 정당들이 골칫거리다. 현재 원내에 3개의 입법안이 상정돼 있다. 첫째, 공용어에서 아랍어를 없애고 히브리어만 쓰자는 것. 둘째, 아랍계 의원의 아랍 국가 방문 금지. 셋째, 아랍계 이스라엘 주민의 거주지 제한 등이다. 위헌 소송을 해서라도 제지할 것이다. 요즘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정도 3000년, 이스라엘 건국 60돌, 6일 전쟁 40돌 등 모든 기념행사가 유대인 중심으로만 이뤄져, 아랍계는 소외감과 분노를 느낀다.

  

 -이스라엘 정부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강행이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 위반이다. 오슬로 협정에 따른 중동평화 로드맵에도 위배된다. 온갖 법규에 다 저촉된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애너폴리스 합의 직후에도 계속 정착촌을 짓고 있다. 상호 신뢰에 나쁜 영향을 준다. 평화에 대한 믿음을 깨는 행위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고 분리장벽으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및 차별)를 밀어붙이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평화에 매우 위협적이다. 최근 들어 동예루살렘에 정착촌 건설이 활발하다. 정말 실망이다. 특히 미국 정부에 대해 그렇다. 미국 정부는 늘 정착촌이 평화에 장애가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말 뿐이고 전혀 제재를 하지 않는다.

 

 -현재 이스라엘은 올메르트 총리의 부패혐의 수사와 취약한 연정 구조 등 정치상황이 불안정하다. 중동 평화 로드맵에 영향은 없는가?

 =올메르트 총리의 부패 혐의는 다섯번째인데, 이번이 가장 심각하다. 카디마당이 3개월 이내(오는 9월께) 재경선을 해서 다른 지도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올메르트에 대한 수사 이후 평화협상이 더욱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올 연말 안에는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올메르트 총리과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지만, 전반적인 책임은 이스라엘 정부에 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는 것이 중동 평화에 더 유리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 정치인들은 대선에 나서기만 하면 서로 앞다퉈 이스라엘에 ‘사랑 고백’을 한다. 4년마다 되풀이된다. 오바마도 똑같은 일을 저질러버렸다. 특히 지난 달 오바마의 ‘하나의 예루살렘’ 발언은 최악의 발언이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자기 나라 정책과도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중동 전체를 볼때 전반적으로 오바마가 더 균형잡힌 정책을 하겠지만, 팔레스타인 정책과 관련해선 차악일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더 이성적으로 태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현직 의원으로서,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나? 성과는 있었나?

 답/이스라엘의 점령 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자 지구는 완전히 포위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이다. 음식도 없고, 기름도 없고, 일자리도 없다. 에후드 바락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아주 잔인한 사람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아주 비참하게 만든다.

 이틀전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러 베들레헴이 갔는데, 검문소의 일개 군인이 압바스를 못만나게 막았다. 의회 의원이자 부의장인 내가 갔는데도 말이다. 20여 ㎞를 돌고 돌아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 이것이야말로 점령이 아니고 무엇인가? 임산부가 검문소를 통과해 예루살렘이 있는 병원에 가는 것을 제지해서 검문소에서 출산한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는 수천건, 너무 많아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분리장벽과 검문소를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 분리장벽 현장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다친 적도 있다. 입법활동을 전개하고, 장관과 의원들을 만나 설득한다.

  

 문/중동 평화의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답/양쪽에 극단적 주장을 펴는 세력이 있다. 이스라엘의 극우 리쿠드당은 ‘그레이트 이스라엘’을 추구하면서 요르단강 계곡까지 전체가 이스라엘 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마스는 반대로 팔레스타인이 모든 영토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는 1967년 6일 전쟁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정착촌이 철거돼야 하고,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돼야 한다. 정착촌과 검문소, 계속되는 점령상태 아래에서 평화란 있을 수 없다.

 

 -크네셋 의원 증 아랍계 의원은?

 =120명중 13명. 이스라엘 인구의 20%(약 140만명)이 아랍인인데 견줘 아직 소수이지만 더 많은 아랍인들이 동참하면 더 많은 의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는 3개의 정치시스템이 있다. 민주주의(democracy), 민족적(인종적) 민주주의(aethenocracy), 유대인만의 민주주의(jewdocracy)다. 이스라엘 중앙은행 900명 직원 가운데 아랍계는 건국 이래 60년 동안 단 한명도 없었다. 국영전력회사 직원 1만2000여명 중 아랍계는 단 한 명이다. 얼마 전 아랍인 거주 지역인 타라베의 한 처녀가 이스라엘 남자와 결혼하려 했으나 금지당했다. 아랍계의 ‘콘스피러시’(음모)란다. 이스라엘의 분리정책은 사랑도 갈라놓는다.

 

 -아랍계 의원으로서 신변상의 불이익이나 위협은 없나?

 =경호원 없이는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다. 시위 현장에서 세 차례나 이스라엘 경찰에게 공격 당했다. 1999년부터 10년째 의원을 하고 있는데, 크네셋에는 나를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다.

 

 티비 의원은 인터뷰가 끝나자, 한반도의 비무장지대 철책선을 끊어 한반도 지도의 휴전선에 장식한 동판을 보여주면서 우호감을 표현했다. 지난 2005년 이강근 히브리대 트루먼연구소장(정치학 박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정본으로 받은 기념선물이라고 했다.

글·사진 예루살렘/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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