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우려되는 분쟁 지역은 ‘가자지구’이고, 전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11월 대선으로 인해 정치적 분열이 극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이란 진단이 나왔다.
전쟁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싱크탱크인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ICR)은 9일, 올해 주목해야 하는 10개 주요 분쟁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격하게 충돌하고 있는 가자전쟁, 그다음이 이 전쟁이 중동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의 8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무차별한 보복 공세에 나서며 지난 석달 동안 어린이 1만명과 여성 7천명을 포함해 2만3084명이 숨졌다. 또 전체 인구 230만명 가운데 83%인 190만명이 집을 잃은 난민으로 전락한 상태다. 전쟁 첫날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희생된 이들 역시 1200여명에 이른다. 또 100명 넘는 이들이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날 기약이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제거 △모든 인질 구출 △안전한 가자지구라는 3대 목표를 거듭 언급하며 “최종 승리”를 얻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분쟁의 암울한 역사에서 지금처럼 평화가 멀어 보였던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전쟁이 더 우려되는 것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는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야에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리흐 아루리가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살해된 뒤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이다.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이 가자전쟁 다음으로 우려해야 할 분쟁으로 ‘중동지역 확전’을 꼽은 것도 이런 상황 탓이다. 이들은 다음달이면 3년째에 접어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9월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큰 충돌을 빚은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수단·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내전 등을 그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분쟁으로 꼽았다.
리스크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8일 발표한 ‘2024 주요 위험’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최대 위험으로 ‘미국 자신’을 꼽았다. 이 업체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경제·군사적으로 특별히 강한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어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보다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2024년에는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 11월 대선은 정치적 분열을 심화하고, 150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정도로 미국 민주주의의 신뢰도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면서 “세계가 위기를 겪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인해 동맹국들과 적국들은 그의 정책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면서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갖는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2위 위험으로는 이스라엘이 벌이는 가자전쟁의 확전 위협에 시달리는 중동 정세, 3위 위험으로는 ‘분할된 우크라이나’가 꼽혔다. 4위 위험으로는 개발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과 관련해 ‘통제받지 않는 인공지능(AI)’, 5위는 ‘악당들의 축과 미국의 위험한 친구들’이 꼽혔다. 유라시아그룹은 미-중 대립은 10위 안에 드는 위험으로 꼽지는 않았으나, 대만이나 기술 경쟁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석재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