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호텔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26일 박진 외교장관과 만나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문제의 정치화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부산을 방문한 왕 부장은 이날 오전 박 장관과 만나 “양국은 경제 문제의 정치화, 과학기술 문제의 도구화, 무역 문제의 안보화 경향에 함께 저항해야 한다”며 “생산·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고 양국 무역의 더 큰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경제 문제의 정치화, 과학기술 문제의 도구화, 무역 문제의 안보화’는 미국과 그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을 위한 경제·무역 제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핵심 과학기술의 중국 이전을 막으려 반도체 장비와 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엄격한 수출 통제를 하고 있다. 왕 부장이 미국 편향적 태도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또 “중국과 한국은 이해관계와 생산·공급망이 고도로 통합된 파트너가 되었다”며 “중국은 완전한 산업 시스템과 초대형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구현하여 중·한 상호 이익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박 장관은 “한국 쪽은 중국과 각급 수준의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경제무역협력을 심화하며, 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하고 인문교류를 촉진하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인 새로운 발전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관심을 모으는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선 박 장관이 이번 외교장관 “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거두고 3국 간 협력이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왕 부장은 “한국이 중·일·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지지하며 한·일과 함께 3국 협력을 추진해 재편성하고 다시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북한의 최근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왕 부장은 “한반도 정세 완화에 줄곧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선 21일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의) 주요 갈등 당사자가 아니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손에 있다"는 인식을 밝힌 바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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