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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여성·어린이 사망 1만명 넘어…46일간 가자지구에 무슨 일이

등록 2023-11-23 11:42수정 2023-11-23 19:36

2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주택가를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주택가를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지역의 적대행위 일일 보고서’의 사망자 집계를 보름 만에 다시 재개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세가 강화되며 가자지구 내 병원과 행정기관의 기능이 멈춘 탓인지 유엔 산하기관이 내는 이 보고서의 사망자 현황은 지난 9일(1만1078명) 이후 멈춰 있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22일 지난달 7일 전쟁이 시작된 뒤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사람은 1만4500명, 부상자는 3만5천명이라고 밝혔다. 숨진 이들 가운데 어린이가 6천여명, 여성 4천여명으로 1만명을 넘었다. 확인된 노인 사망자가 600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가자지구 사망자 열에 일곱명은 하마스와 관계 없는 약자들이었던 셈이다.

이 보고서의 사망자 현황은 지난 9일 이후 21일까지 보름 가까이 1만1078명에서 멈춰 있었다. 실종자나 부상자 집계판도 사실상 마비됐다. 이스라엘군이 민간 병원·학교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 공습과 본격적인 지상전을 벌인 탓에 ‘사망 여부’를 판단 해야 하는 병원이 기능을 잃고, 유·무선 통신이 잇따라 두절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가자지구 보건부 관계자 말을 따 “동료 (공무원들) 상당수가 가자지구 최대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있는데 한동안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며 “주검들이 거리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상자 통계를 말할 수가 없다.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사망·실종·부상자 집계를 다시 시작했지만, 그동안 관련 자료를 공개해온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 대신 ‘가자지구 미디어 사무소’(Gaza Media Office)가 이를 대신하게 돼 정확한 정보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가자지구 보건부가 사망자 숫자 업데이트를 중단한 뒤 가자지구 행정 당국 산하의 미디어사무소가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23일부터 나흘 동안 전투 행위가 중단될 것이란 합의가 나오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얼마나 해소될지 관심을 모은다. 국제 구호단체들의 보고를 보면, 21일 밤에도 북부 베이트 라히야 병원의 외과 병동을 때린 폭격 이후 병원 주변에서 주검 60구가 발견됐다.

이튿날에는 알시파 병원에서 190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지키는) 검문소에서 20시간 넘게 대피가 지연되는 문제도 있었다. 그로 인해 한때 환자들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기능이 멈춰버린 알시파 병원에 여전히 환자를 포함한 250여명이 남아 있다는 보도도 있다.

가자지구 전체로 보면, 5만명에 육박하는 사상자를 비롯해 생존 위기에 몰린 피난민이 1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주택 27만8천여 가구가 완파됐고, 부분적으로 망가진 집까지 합치면 전체 주택의 60%가량이 손상됐다.

북부 병원들이 이스라엘군의 일상적인 공격을 받고 있어 의약품이나 수혈에 필요한 혈액 공급 등도 ‘심각한 수준의 부족’ 상태에 놓여있다.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도움을 주기 위해 일하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 소속 직원은 108명, 의료진 역시 최소 225명이나 숨졌다고 유엔 쪽은 집계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은 곧 시작되는 일시적 전투 행위 중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집트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카타르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교전 중지 합의에 도달한 것을 환영한다”며 “인도주의적 휴전이 이행되고 장기 휴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구호 물량을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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