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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안 가봤으면서” 이스라엘 대통령, 앤절리나 졸리에 발끈한 까닭은

등록 2023-11-08 12:15수정 2023-11-08 13:42

7일(현지시각) 한 팔레스타인 가족이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가자지구 남부로 걸어서 피난을 가고 있다. UPI 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한 팔레스타인 가족이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가자지구 남부로 걸어서 피난을 가고 있다. UPI 연합뉴스

난민 문제에 앞장서 온 할리우드 배우 앤절리나 졸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자 이스라엘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라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6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를 보면,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방송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졸리가 하는 말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어떠한 자위권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지난 1일 졸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자지구 내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야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한 사진을 올리며 “가자지구는 지난 20년 가까이 야외 감옥이었고, 이제 빠르게 거대한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졸리는 “사망자 가운데 40%가 무고한 어린이들이며, 온 가족이 살해당하고 있다”며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은 식량과 의약품, 인도주의적 원조를 박탈당한 채 집단 처벌을 당하며 인간성을 말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1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한 졸리는 2012년 유엔난민기구 특사에 임명된 이후 지난해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졸리는 지난달 말에도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1일 할리우드 배우 앤절리나 졸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며 함께 올린 사진. 가자지구 내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야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1일 할리우드 배우 앤절리나 졸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며 함께 올린 사진. 가자지구 내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야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6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한 달을 맞은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이 넘었고, 이 가운데 4천명 이상은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이에 견줘 지난달 7일 이뤄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이후 이스라엘 쪽 사망자는 1400명으로 집계된다.

졸리의 발언에 대해 헤르조그 대통령은 “졸리는 가자지구에 가서 실상을 본 적이 없다”며 “가자 주민들은 가자지구에 전쟁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도주의적 위기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때문에 감옥이 된 것이 아니”라며 “졸리가 하는 말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어떠한 자위권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유엔, 다른 국가들과 함께 가자지구에 보내는 인도주의적 원조가 크게 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마도 이 전쟁의 결과로 가자 주민들은 다른 정권 아래에서 좋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근처에 한 팔레스타인 가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근처에 한 팔레스타인 가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졸리의 아버지인 할리우드 배우 존 보이트도 졸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부터 매우 강한 ‘친이스라엘’ 발언을 해왔던 그는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딸에게 매우 실망했다”며 “내 딸은 이번 갈등이 ‘유대인의 땅’인 성지의 파괴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졸리는 아버지의 말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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