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집트가 가자지구에서 다친 이들을 라파흐 검문소를 통해 받아들여 자국 내 병원에서 치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현지 언론인 알카헤라뉴스와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31일(현지시각) 하마스쪽의 국경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가 가자지구에서 심하게 다친 팔레스타인 주민 81명을 치료하기 위해 국경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국경 도시 엘아리시의 한 의료진은 아에프페에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이 도착하면 검사하고 어느 병원에 보낼지 결정하기 위해 내일 의료팀이 라파흐 검문소에 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 정부가 현재 라파흐 검문소로부터 15㎢ 떨어진 도시 셰이크 주웨이드에 팔레스타인 부상자를 받기 위해 1300㎡ 규모의 야전병원을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검문소 인근에 수많은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도 전했다.

이 보도는 이스라엘이 이날 가자지구의 대규모 난민 캠프인 자말리야 캠프를 공습해 최소 50여명이 사망했다는 발표 이후 몇 시간 만에 나왔다. 그동안 가자지구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꾸준히 반대 의사를 표해온 이집트가 처음 입장 변화를 보인 셈이다. 이집트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자발리아 캠프 공습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 방어하지 못하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집트 정부는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있진 않다. ‘가자지구의 문제는 가자지구에서 해결하라’는 이집트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는 이날 자국 병사들 앞에서 “우리는 누구도 우리 영토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수백만명의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받아들이라는 압력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의 병원들이 하마스의 테러 본부가 되고 있다면서 환자들을 치료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장회의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하마스의 테러 본부가 된 병원에서는 안 된다”며 “이집트 내 병원, 가자지구 내 보호구역, 그리고 네타냐후 총리의 제안에 응해 가자 해안에 도착할 여러 국가의 병원선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 사회에 이스라엘이 안전지대로 지정한 가자지구 남서 쪽 해안에 머물며 병원 역할을 해줄 선박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