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AFP 연합뉴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23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왕 부장은 이번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취해 온 입장인 ‘두 국가 해법’을 반복하면서, 이번 전쟁과 관련해 “어떤 이기적 이해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왕 부장이 전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외교장관과 각각 통화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후 미국·이집트·이란·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 등 관련국 외교장관들과 통화했으나, 분쟁 당사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외교장관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 부장은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 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에 깊이 공감한다”며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가자지구 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즉각 휴전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과 국제사회의 긴급한 행동을 촉구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역외국가 특히 강대국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고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치우친 행보를 보이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또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두 국가 방안’을 이행해 팔레스타인 인민의 생존권과 건국권을 실행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조속히 전면적이고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국가 방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을 뜻한다. 중국은 팔레스타인이 따로 국가를 세워야 이스라엘도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왕 부장은 같은 날 이뤄진 알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선 지상군 투입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모든 국가는 자위권을 갖고 있으나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며 “사태가 더 확대돼 더 심각한 인도적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자 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사실상 실행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왕 부장은 중국이 해당 분쟁과 관련해 어떤 이해 관계도 없다는 점을 조했다. 그는 “중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어떠한 이기적 이해관계도 갖고 있지 않으며 팔레스타인 문제가 ‘두 국가 방안’에 기초해 전면적이고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자이쥔 중동 특사도 지난 22일 이집트를 직접 방문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그는 중동 방문에 앞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집트 외교부 당국자 등과 통화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맡고 있는 카타르·이집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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