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일 미국인 모녀 인질을 풀어준 지 사흘만에 이스라엘인 여성 노인 인질 두 명을 추가 석방했다.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심 여단의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각) 텔레그램을 통해 “인도주의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어 가자지구 인근 니르 오즈 키부츠에 살던 여성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를 석방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적신월사의 구급차를 각각 타고 이집트 국경 라파흐 검문소에 도착해 이집트쪽에 인계됐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이날 자정께 성명을 내어 두 여성이 이스라엘군에 인계돼 의료시설로 이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을 석방하고 이송하는데 도움을 준 이집트 정부와 적신월사 쪽에 감사를 표했다.

이날 석방된 두 여성의 남편들도 지난 7일 아내들과 함께 하마스에 억류됐으나 함께 석방되지 못했다. 리프시츠의 손자 다니엘은 “할머니와 쿠퍼가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공식 통지에 행복하며 무척 기쁘다. 온가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모든 인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프시츠 부부는 키부츠 니르 오즈의 설립자 가운데 하나로 평화 운동가로서 활동을 해왔다고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전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의 환자들을 이스라엘 병원으로 이송해 정기적 치료를 받도록 하는 일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지난 20일 미국인 인질 2명을 처음 석방했고, 사흘만에 추가 석방에 나섰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 과정에서 이집트와 카타르 정부가 중재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세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최근 50여명의 인질 석방 여부를 놓고 이스라엘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이집트·카타르는 최근 며칠 동안 더 많은 인질을 석방하는 안을 놓고 회담을 진행했는데, 석방 대가로 연료 반입을 허용하라는 하마스의 조건을 이스라엘이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등 가자지구 무장단체들이 군사적 목적으로 연료를 전용할 수 있다며 연료 반입 전에 모든 인질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질 석방을 위해 하마스와 협상하라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다니엘 하기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껏 확인된 인질 수가 이날 석방된 이들을 포함해 222명이라고 밝혔다. 하기리 대변인은 ‘추가 인질 석방을 위한 시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지상 작전이 지연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질을 석방하고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