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예산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집무실에서 생중계 연설에 나서 “지금은 민주주의와 독재 국가간의 전쟁에서 ‘역사적 변곡점’에 있는 순간”이라며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20일) 의회에 우리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해 긴급 안보 예산을 요청할 것”이라며 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에 보낼 예산의 규모에 대해선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긴급 안보 예산의 총 규모가 1천억달러(약 13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가운데 이스라엘 지원 예산은 14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위해선 600억달러, 중국이 군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대만 및 인도·태평양엔 70억달러가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힘줘 강조한 것은 러시아와 하마스를 상대로 한 ‘두개의 전선’에서 민주주의 진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미국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가한 하마스가 “다른 위협”이긴 하지만 “주변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완전히 전멸시키기 원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 역사는 테러리스트들이 그들이 저지른 테러에 대해 값을 치르지 않고, 독재자들이 그들이 일으킨 침략에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죽음·파괴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며 그로 인해 “미국과 세계가 받게 되는 위협과 치러야 하는 비용과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아가 현재 아랍권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7일 알아흘리 아랍 병원(아랍민중병원) 참사와 관련해 “가자지구 병원 폭격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조직에 의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두 국가 정책’인 것도 자명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모두 지원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국민과 의회를 상대로 직접 설득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미 하원은 케빈 매카시(공화당) 전 의장이 축출된 뒤 지도부 공백 사태가 계속되며 혼란을 겪고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스라엘에 지원엔 찬성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지원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청하며 “사소한 정치 싸움이 위대한 나라로서 우리의 책임에 방해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엔엔(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예고했던 것과 달리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이집트 라파흐 검문소의 개방이 20일이 아닌 21일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트럭 이동을 위한 도로 복구 작업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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