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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린 ‘아마존’ 아냐”…우크라 불만에 피로감 내비친 나토회의

등록 2023-07-13 17:41수정 2023-07-14 08:50

정상회의 폐막…우크라 지원 단합
장기화 된 전쟁에 내부 균열·피로감도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유럽연합(EU) 대표들이 기자회견 때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샤를 미셸 유럽연합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빌뉴스/UPI 연합뉴스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유럽연합(EU) 대표들이 기자회견 때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샤를 미셸 유럽연합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빌뉴스/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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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감사한다는 말을 원한다. 우리는 (주문한 대로 배달하는) 아마존이 아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던 12일(현지시각)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작심한 듯 우크라이나를 ‘저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다”는 불만을 터뜨리자 다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월리스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숭고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도 각국이 자국 방어를 위해 쌓아둬야 할 무기 재고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 국민은 일정한 정도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차를 맞아 11~12일 열린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서구 국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는 중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꺾지 않으며 단합을 과시했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피로감과 내부 균열 역시 고스란히 드러냈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주요 7개국(G7)은 장기적인 안전 보장을 약속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공동선언’을 내놨다. 그 밖에 튀르키예의 반대로 지연됐던 스웨덴의 가입 문제를 해결했고, 냉전 이후 가장 야심 찬 군사계획 등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선 시기나 일정표는 못박지 않은 채 “동맹국들이 동의하고 조건이 충족될 때”란 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도 수년이 걸리는 가입 절차인 ‘가입국 행동계획’을 면제해 가입 문턱을 낮췄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다”고 말했고, 월리스 장관은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가 얻은 것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속한다는 일종의 문화적 가입”이라는 평을 내놨다. 하지만 ‘문화적 가입’이라는 기묘한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 때 나온 “환영한다”는 입장 표명 이후 여전히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결정을 두고 당사자인 젤렌스키 대통령뿐 아니라 주요 외신 역시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뉴욕 타임스>는 ‘나토 정상회의의 성공에도, 분열은 여전’이란 평을 내놨고, <워싱턴 포스트>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의 신중함은 우크라이나를 더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요구와 충돌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우리는 아마존이 아니다”라는 월리스 장관의 말을 인용해 서구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을 지적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의 결과는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서구 국가들 내에 축적되어가던 ‘피로감’과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 사이 타협의 산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선 ‘시기를 정하면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미국과 독일의 신중론이 동유럽 국가들의 적극론을 꺾은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가입의 문턱을 낮추고 자국 무기고가 바닥나는 상황 속에서도 무기 지원을 확대하는 성의를 보였다. 최소한의 도리를 하면서도 러시아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는 차가운 ‘줄타기 외교’를 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요 7개국이 떠맡은 것도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대립을 격화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타협책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앞에 놓인 서방의 딜레마를 연장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카미유 그랑 전 나토 부사무총장은 <뉴욕 타임스>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관해 “‘조건이 허락하면’이라는 말은 전쟁이 끝났을 때를 의미한다. 하지만 전쟁을 어떻게, 어떤 지점에서 끝내는지(를 둘러싼 이견)는 여전히 동맹 내부에 존재하는 분열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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