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억만장자 샤자다 다우드(48)의 부인 크리스틴 다우드는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부자가 탑승했던 잠수정이 실종된 지 96시간이 지났을 때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비비시 유튜브 갈무리
111년 전 대서양에 침몰된 타이타닉호를 보러 간 잠수정 ‘타이탄’에 아들과 탑승했다가 함께 숨진 파키스탄 억만장자의 부인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애통한 심정을 언론을 통해 전했다.
26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사업가 샤자다 다우드(48)의 부인 크리스틴 다우드는 영국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정말로 가고 싶어했기 때문에” 아들 술레만 다우드(19)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고 말했다.
샤자다의 누나인 아즈메 다우드는 지난 22일 미국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조카 술레만이 잠수정에 타기 전까지 망설였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이야기는 다르다. 애초 샤자다 부부가 코로나19 전에 잠수정을 타려고 예약했다가 코로나19로 취소됐고, 최근 관광이 재개되자 잠수정을 타고 싶어했던 아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게 크리스틴의 이야기다.
크리스틴은 정육면체의 색깔을 맞추는 ‘루빅 큐브’를 너무 좋아해 어디든 갖고 다녔던 아들이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은 해저 3700m에서 큐브를 풀며 세계기록을 깰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잠수정에서 큐브를 풀어 세계기록을 깨려고 기네스북에 사전 신청도 했다. 남편은 아들의 기록을 증명하려 카메라를 갖고 잠수정에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타이타닉호 주변에서 잔해가 발견된 ‘타이탄’에 탑승했던 파키스탄 사업가 샤자다 다우드(48)와 아들 술레만 다우드(19). AFP 연합뉴스
지난 17일 잠수정 지원선에 탄 크리스틴과 딸은 잠수정과의 통신이 끊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에도 지원선에 타고 있었다. 그는 “그 순간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모두 그냥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회상했다.
남편과 아들이 탑승한 잠수정이 실종된 지 96시간이 지났을 때 그는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에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딸은 잠수정 잔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해안 경비대와 전화할 때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25일 추모식을 열어 남편과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와 딸은 아들을 기리기 위해 큐브를 완성하는 방법을 배우겠다고 약속했고, 남편의 자선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비비시>에 “남편은 많은 일에 관여했고 많은 사람을 도왔다. 딸과 저는 그 유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숨을 고르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정말 그리워요.”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운영하는 타이타닉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미국 해안경비대는 지난 22일 타이타닉호 주변에서 발견된 타이탄의 잔해를 확인했고 탑승자 5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잠수정에 내파(implosion ·외부 압력 등으로 어떤 용기 또는 구조물의 벽체가 그것의 내부를 향해 급격히 붕괴하는 현상)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물에 들어간 지 약 1시간45분 만에 연락이 끊어진 잠수정에는 샤자다와 아들, 잠수정 운영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61),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 겸 탐험가 해미시 하딩(59), 프랑스 해양탐험가 폴앙리 나르졸레(77)가 타고 있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