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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만찬에 후쿠시마산 사케…일본의 ‘먹어서 응원하자’ 역사

등록 2023-05-22 16:35수정 2023-05-22 23:45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에 오른 마쓰자키슈조의 ‘히로토가와’. 회사 누리집 갈무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에 오른 마쓰자키슈조의 ‘히로토가와’. 회사 누리집 갈무리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 식탁에 ‘후쿠시마산’ 사케가 올랐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가 줄곧 전개해 온 후쿠시마산 식품 부흥 정책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이 다시 주목받는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유명인들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내외에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려 했던 정책이 세계 외교 무대에서도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친교 만찬에는 행사가 열리는 ‘히로시마산’ 음식이 주로 올라왔지만,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현·미야기현·이와테현의 술과 음식이 곁들여졌다. 만찬용 술로 제공된 사케 3종 중 하나가 후쿠시마에서 온 마쓰자키슈조의 ‘히로토가와(廣戸川)’다. 1892년 설립된 사케 회사 마쓰자키슈조는 후쿠시마 현지 쌀과 물로만 사케를 만든다고 누리집에 밝히고 있다.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둘째 날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음식과 사케를 홍보하는 행사가 열렸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둘째 날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음식과 사케를 홍보하는 행사가 열렸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취재하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에게도 후쿠시마산 사케와 후쿠시마산 복숭아 주스 등 가공식품을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15일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현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부흥의 길을 걷고 있는 후쿠시마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귀중한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가 선수들에게 전달했던 점심 도시락. 연합뉴스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가 선수들에게 전달했던 점심 도시락. 연합뉴스

후쿠시마산 식재료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당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안전성’을 강조할 목적으로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한 바 있다. 국민이나 선수단의 우려가 커지자 대한체육회는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선수들에게 별도로 배달했다.

대한체육회의 이런 조처는 양국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올림픽 선수단이 자체 급식센터를 설치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 대응을 요청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 도시락’이 후쿠시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일본 정부의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식품 부흥 캠페인 ‘먹어서 응원하자’ 광고에 출연한 일본 아이돌그룹 토키오의 멤버. 유튜브 갈무리
일본 정부의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식품 부흥 캠페인 ‘먹어서 응원하자’ 광고에 출연한 일본 아이돌그룹 토키오의 멤버. 유튜브 갈무리

2011년 4월12일(현지 시각)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오른쪽)이 도쿄에서 열린 원전 지역 농산물 판매 행사에서 후쿠시마산 토마토를 시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1년 4월12일(현지 시각)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오른쪽)이 도쿄에서 열린 원전 지역 농산물 판매 행사에서 후쿠시마산 토마토를 시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벌어지고 한 달여 뒤부터 시작됐다. 후쿠시마현 등 재난 피해 지역의 식품을 적극적으로 먹어서 지역 부흥을 꾀하자는 운동이다. 일본 정부는 유명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동원해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전방위적 홍보에 나서왔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두 달쯤 지난 2011년 5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재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후쿠시마현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후쿠시마산 체리와 오이를 권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세 나라 정상이 웃으면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먹는 장면을 대서특필했다.

2011년 5월2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왼쪽)와 함께 후쿠시마산 체리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5월2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왼쪽)와 함께 후쿠시마산 체리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내에서도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논란거리다. “어려움을 겪는 후쿠시마 농민을 위한 캠페인”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일본 시민들이 많지만, 동시에 “일본인들도 후쿠시마산 재료를 피하는데 외국인에게 강요할 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은 전국의 15~79살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방문 조사(응답자 1200명)를 실시해 지난 4월초에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오염수의 바다 방류 이후 일본 소비자가 후쿠시마현 등의 농·수산물 구입을 주저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34.5%로 ‘그렇지 않다’(10.8%)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다른 나라가 일본산 농림수산물 수입을 주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가 38.3%로 ‘그렇지 않다’(4.2%)보다 높게 나타났다.

2020년 3월9일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복숭아 농장에서 방문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0년 3월9일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복숭아 농장에서 방문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농림수산성이 2020년에 시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후쿠시마산 복숭아는 2019년 기준 가격이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견주어 40% 낮았고, 곶감 가격은 50% 가까이 낮았다. 2018년 기준으로 후쿠시마산은 쌀, 소고기, 피망 등 대부분의 농수산품 출하량이 일본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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