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들. 도쿄전력 제공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정부는 어민들이 반대하고, 여론도 부정적이지만 올 여름 방류를 강행할 방침이다.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은 4일 전국의 15~79살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방문 조사(응답자 1200명)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9%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이해를 얻고 있다’는 응답은 고작 6.5%에 그쳤다.
어업인 등이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의 이해를 얻을 때까지 바다 방류를 실시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42.3%로 ‘실시해야 한다’(5.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도쿄전력은 2015년 8월 사장 명의로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해 “관계자(어업인)가 이해하지 않으면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라고 문서로 약속한 바 있다. 이는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어업인들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수 바다 방류의 안정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응답자의 24%로 ‘제시돼 있다’(9%)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 응답자의 39.4%는 ‘제3의 기관이나 국제기관 등이 감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2.3%에 머물렀다.
그로 인해 오염수가 방류되면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의 바다 방류 이후 일본 소비자가 후쿠시마현 등의 농·수산물 구입을 주저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34.5%로 ‘그렇지 않다’(10.8%)보다 3배 가량 높았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위한 도쿄전력의 공사는 이미 막바지에 접어든 상태다. 이 공사의 핵심은 원전에서 실제 방류가 이뤄지는 바다 밖 1㎞ 지점까지 해저터널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다. 해저터널을 통해 해안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더 쉽게 희석하고 수산물 오염 우려로 인한 어민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해저터널은 출·입구 공사가 지난달 23일 끝났다. 약 830m 지점에서 굴착 작업을 중단한 터널은 조만간 공사를 재개해 출구와 입구를 연결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6월까지 모든 공사를 끝낼 방침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방류 기준에 충족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할 시료 채취를 지난달 27일 실시했고, 검사 결과는 2개월 뒤 나온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원전 오염수(132만t)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올 여름부터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한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기준치의 40분의 1이하로 농도를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게 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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