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8일(현지시각) 경찰들이 러시아군의 드론 자폭 공격으로 파괴된 고층 아파트 건물 내부를 살피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각)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흑해 연안 핵심 항구 도시 오데사 등을 폭격했다. 지난 3일 크레믈(크렘린, 대통령궁)이 드론 공격을 받고 보복을 다짐한 뒤 몇 달 만에 최대 규모의 공습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은 러시아군이 이날 60여대의 이란제 드론으로 자살 폭탄 공격을 벌였으며 이 가운데 36대는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키이우를 겨냥한 드론은 모두 격추됐으며 잔해가 건물 등에 떨어지면서 최소 5명이 다쳤다고 당국은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핵심 곡물 수출 항구인 남서부 오데사도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곡물 창고 한 곳이 파괴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오데사에서도 적어도 3명이 다쳤다.
통신은 러시아군이 지난 3월 초부터 한동안 공습을 줄여왔으나, 최근 다시 공습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3일 새벽 수도 모스크바의 크레믈 상공에서 드론 2대를 격추시킨 뒤 이 드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암살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히며 보복을 다짐했다. 이후 공습을 부쩍 늘렸다.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선 러시아군이 2차 대전 승전 기념일을 앞두고 핵심 교두보인 바흐무트 점령을 마무리하기 위한 공세를 벌였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참모는 이날 바흐무트와 주변 지역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최근 몇달 동안 바흐무트 점령 작전에 집중해왔다. 이 공격을 주도하는 이들은 용병 집단인 바그너(와그너)그룹이다. 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으로부터 탄약 등 무기 공급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러시아군이 무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바흐무트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가 러시아군이 무기 공급을 약속하자 철수 방침을 바꿨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참모는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반격이 예상되는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서도 20개 이상의 마을이 공습을 당했고, 인근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 등 7개 지역도 대포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주지사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우크라이나의 ‘도발’ 때문에 자포리자 원전 내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원전 인근 카호우카 저수지) 수위가 17m 이상으로 상승했으며 이는 고의적인 조작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원자로들이 정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유럽 최대 원진인 자포리자 원전에는 모두 6기의 원자로가 있으나 모두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다만, 핵연료가 들어 있는 상태여서 과열을 막기 위한 냉각 장치 가동은 필요하다. 앞서 지난 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 주변의 전투가 날로 격해진 탓에 원전 안전이 극도로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했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