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 중인 러시아군의 내부 분열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통해 추가로 드러났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13일(현지시각) 최근 유출된 미국의 기밀 문건 가운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문건을 추가 입수했다면서 그 안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사상자 수를 정확히 집계하지 않는다고 국방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실제 전쟁에 참여했다 숨지거나 부상당한 러시아인이 총 11만명”이라고 파악하고 있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사상자수를 5937명이라 밝힌 뒤 추가 공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군의 사상자 수를 약 20만명으로 추정해왔다.

구체적으로 <뉴욕 타임스>가 추가 입수한 자료의 2월28일치 내용을 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자국 국방부의 사상자 집계를 비판하며 사상자 수에 대통령 직속 준군사조직인 국가근위대(내무군), 민간 용병그룹 ‘바그너(와그너)’, 체첸 자치공화국의 참전 부대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 당국은 이들 문건에서 “러시아군 관계자들이 상부에 부정적 소식을 보고하기를 꺼리는 모습이 계속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이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 미 정보 당국의 문건은 총 100여쪽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8일 <뉴욕 타임스>의 첫 보도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은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53쪽 가량이다. 신문은 지금껏 보도되지 않았던 27페이지 가량의 묶음을 추가로 입수해 이처럼 보도했다. 신문은 추가 문건은 사진 형태로 입수됐고 일부 페이지는 누락됐지만 전체적으로 미 국가안보국(NSA),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문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22일 서로 공개 비판을 이어가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용병 그룹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불러 화해시키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은 추가 문건을 분석한 뒤 “푸틴 대통령이 13개월 이상 지속된 전쟁에서 승리를 보장하는데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내부 분열과 상호 비판 때문”이라며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한 잡다한 여러 병력들이 때론 목적이 상충되면서 러시아 전투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