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관영 매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한국의 외교 정책이 ‘몽유병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일 온라인판에 올린 기사를 통해 일본을 안보 ‘파트너’로 규정하며 한·일 협력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한국 내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고 썼다. 신문은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과 세계적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며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이렇게 아첨하는 말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과 일본의 일부 언론은 이를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제스처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번 연설은 윤석열 정부가 외교 정책에서 최면에 걸려 몽유병 상태에 빠졌음을 보여준다”며 “중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외교 정책에서 몽유병을 피하고, 미국의 볼모 역할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적었다. 이어 “한국은 과거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고 그 전략은 많은 이익을 가져왔다”며 “한국은 동북아의 복잡한 상황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관찰자들은 한국이 좀 더 안정된 행보를 하고, 미국의 볼모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않고 미국에 경사된 외교를 한다는 불만을 키워오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이 올 들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뒤,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보복 조처를 주고받으며 상대국에 대한 감정도 크게 악화된 상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무력에 의한 대만 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시엔엔>(CNN) 인터뷰에 대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대외 강경 주장으로 유명한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2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채널에 ‘한국은 자신의 안보를 미국 군화의 깔창으로 만들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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