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폭동 전인 지난 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주택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영상 갈무리
지지자들의 브라질 대통령궁 및 의회 난입 폭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거나 슈퍼마켓 등을 오가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병원에 있다고 주장하는 보우소나루는 어디에 있는가’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그가 플로리다 주민으로서 새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도시 올랜도에 있는 앙코르 리조트에 위치한 2층 주택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주택은 브라질 종합격투기 선수인 호세 알도 소유의 집으로, 올랜도 디즈니월드로 가는 고속도로 인근에 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지지자들과 집 앞에서 사진을 같이 찍고, 대형 슈퍼마켓 ‘퍼블릭스’에서 줄을 서거나 패스트푸드점 ‘케이에프시’(KFC)에서 홀로 식사하는 등 미국에서의 일상을 즐기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 폭동 사태 하루 뒤인 지난 9일 트위터에 플로리다에 있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2018년 대선 유세 중 흉기에 찔린 복부의 상처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내 미셸 또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그는 폭동 사태가 일어난 날인 8일 병원에 입원했고 이튿날인 9일 트위터에 입원 사진을 올렸다. 그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올린 이유는 자신은 폭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려는 의도인 듯 보인다. 그가 이번 폭동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동안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거듭해 폭동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많다.
그는 퇴임 직전인 지난해 12월3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도착해 머물고 있는데,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 9일 <시엔엔> 방송에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숨어있는 보우소나루에게 플로리다가 피난처를 제공해선 안 된다. 브라질로 송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현재는 퇴원해 머물던 주택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10일 전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병원 입원 사진. 트위터 갈무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접촉한 바 없다며 “브라질 정부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도 받지 않았지만, 그를 브라질로 돌려보내라는 어떠한 공식 요청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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